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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폭풍]반도체, '위태로운' 회복의 길

  • 2020.02.28(금) 09:15

반도체 현물가 하락...도매가도 덩달아 하락 '우려'
전방 IT기기 생산위축 현실화…가전도 비관적 전망

"올해 들어 국내 경기가 살아날 것 같다"

여러 경제 전문가가 올해 초 입버릇처럼 하던 얘기다. 지난해 한국 수출액이 5424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3% 줄어들며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0%대 감소폭을 보인 기저효과를 기대해서다.

특히 한국 '수출 효자' 메모리 반도체 반등을 기대하는 시선이 다수였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지난해말 1단계 무역합의로 진정되고, 이에 따라 경기호전을 기대한 정보기술(IT) 업체들의 투자재개를 전문가들은 점쳤다. IT 기기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경우가 드물어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제 반도체 시장 총매출은 4183억달러(약 480조원)로 전년 대비 11.9% 축소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황이 변하고 있다. 상승세를 탔던 반도체 가격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 기업들이 '지정학 분쟁'이란 언덕을 간신히 넘었지만 전염병이란 새로운 불확실성을 만났다.

◇ 반도체 선행지표 기우뚱

메모리 반도체 D램 가격은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기기가 켜진 상태에서만 정보를 저장하는 컴퓨터용 DDR4 8기가비트(Gb) D램 소매가(현물가)는 지난 27일 기준 개당 3.4달러로 전일보다 1.4% 올랐다. 이달 4일부터 24일까지 상승세를 타지 못하다가 25일부터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올해 들어 고점이었던 지난 4일 3.48달러에 근접했다.

현물가는 기업과 기업간 거래가격 기준점인 도매가(고정거래가) 선행 지표로 분류된다. 즉, 현물가가 높아지면 IT 기업이 미래 잠재수요가 크다고 보고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덩달아 고정거래가도 오르는 구조다. 고정가격 거래는 전체 반도체 거래량의 90% 가량을 차지한다. 고정거래가가 오르면 반도체 제작사에게 이득이다.

문제는 현물가 상승이 일시적인지 여부다. 코로나19로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량 타격 등 변수가 소매가 상승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쳤더라도, 장기추세를 가늠하는 고정거래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서다. 컴퓨터용 DDR4 8기가비트(Gb) D램 도매가(고정거래가격)는 이달 말 기준 개당 2.88달러로 전월보다 1.41% 올랐다. 지난달 말 13개월만에 첫 상승한 이래 두달 연속 오름세다. D램 가격은 2018년 9월 8.1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하락세를 이어가 지난해 10월 65%나 떨어진 바 있다.

기기가 꺼져도 정보를 저장하는 128Gb MLC 낸드플래시 개당 도매가는 4.56달러로 전월보다 3.17% 상승했다. 지난해 6월 3.93달러를 기록한 이후 오름세가 지속됐다.

◇ '이유있는 우려'

삼성전자 16기가바이트(GB) LPDDR5 외관/사진=삼성전자 제공

시장의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 생산거점을 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벌써부터 암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는 중이다.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애플은 17일(현지시간) 올해 1~3월 매출 목표 630억~670억달러(약 74조~79조원)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료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했다. 코로나19로 아이폰 등을 위탁 생산하는 현지 공장 정상화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라고 애플은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지 매장 42곳중 29곳만 영업을 재개했다고 기재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도 코로나19 여파로 자사 노트북, 태블릿 생산차질 등으로 1분기 매출 목표 달서이 어렵다고 밝혔다.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등에 힘입은 시장 정상화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종전 15억대 수준에서 2% 가량 줄인 14억7000만대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SA는 당초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2016년 이후 지속된 역성장을 멈추고 반등할 것으로 점쳤다.

SA가 비관적 시각으로 돌아선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차질 가능성 때문이다.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 가운데 가장 많은 30% 가량이 스마트폰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시장 1, 2위 삼성전자와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동기보다 2%, 39% 각각 줄었다.

당장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쑤저우,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후공정과 낸드플래시 제작 공장을 춘절 기간에도 평소처럼 운영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소재 D램 생산, 충칭 낸드플래시 후공정 공장을 가동중이다. IT 기업이 구매를 줄이는 등의 이유로 공급망에 타격이 가면 두 회사 실적에 타격이 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용 역대 최고 속도와 최대 용량을 구현한 16기가바이트(GB) LPDDR5(Low Power Double Data Rate 5)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시장 확대를 기대했다.

◇ 전망은 '오락가락'

올해 반도체 시장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장의 이견이 없다. 다만 국내외 증권사별로 개선폭에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큰 폭의 실적 반등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매출 252조3168억원, 영업이익 39조8805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보다 9.5%, 43.6% 각각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 실적 추정치는 매출 32조8113억원, 영업이익 7조4573억원이다. 예측이 현실화되면 재작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6%, 3배 늘어난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본질적 위험은 IT 하드웨어 시장의 전반적 수요 둔화에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견조한 서버 수요, 모바일의 미뤄진 수요 등 업체들의 강력한 제품 프로모션의 2분기 본격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증권가에선 다소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미국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에 대해 매수의견을 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4%로 낮췄다.

반도체 업계에선 올해 시장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최대 수요처다. 코로나19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 반도체 수요도 급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고난이도 공정 전환 속도도 느리다. 그에 수반하는 고용량 메모리 채용속도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전 업계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객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을 방문하길 꺼려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중국 현지 공장을 춘절 연휴 기간을 제외하고 정상 가동하고 있다. 텔레비전(TV) 수급 문제가 불거지면 각사 패널 업체들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열릴 도쿄 올림픽 등으로 TV 등 가전수요 증가를 기대했는데, 상황이 불확실해졌다"며 "사태 장기화시 수요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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