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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폭풍]디스플레이, 패널값 뛴다지만…

  • 2020.03.05(목) 14:38

중국업체 공급 줄어 제품 수급개선 불구
생산차질 걱정에, 판매감소 우려도 점증

디스플레이업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영향 파악에 가장 계산이 서지 않는 업종으로 꼽힌다. 국내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빚어 제품 수급개선 가능성이 생긴 것은 내심 반갑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오히려 사태가 장기화하면 디스플레이업계의 상황은 더 간단치 않을 수 있다. 국내외 생산기지의 소재나 부품 공급망 관리에 차질이 생기게되고, 경기가 후퇴할 경우 소매시장에서 TV,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영업실적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 '패널가격 상승' 일단 반갑지만…

당장 긴 하락세를 보여온 LCD(액정표시장치) 패널(평판) 가격이 반등한 것은 디스플레이 업계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일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집계에서 지난 2월 55인치 LCD TV용 패널 가격은 111달러로 전월보다 9% 상승했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4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65인치 LCD TV용 패널 역시 170달러로 지난달보다 5% 상승했다.

LCD 가격이 이렇게 튀어오른 배경에는 코로나 사태가 있다. LCD 공급 과잉을 야기한 중국 패널업체들이 공장을 정상적으로 돌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발원지로 여겨지는 후난(湖南)성 우한(武漢)에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징둥팡, 京東方)의 두번째 10.5세대 공장이 신규라인 가동을 준비중이기도 했다. 중국이 전 세계 LCD 패널 공급의 55%를 책임지는 국가인 탓에 코로나가 디스플레이 산업에 큰 변동성 불러온 것이다.

대만 디지털 전문매체 디지타임즈의 조사에서도 지난 2월 글로벌 패널 생산량은 전월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매체는 "3월 들어 중국 디스플레이 생산기지에 공장 복귀 인원이 늘어나겠지만 전체적으로 전월대비 5∼10%의 생산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코로나 사태로 중국 내에 위치한 팹(Fab)의 정상 가동에 차질이 생기거나 신규 증설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며 "후공정인 모듈 제조업체의 일부 가동 중단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 인한 공급 규모 축소가 심화된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패널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수요 측면에서 LCD 패널 가격 상승이 더 이어질 요인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글로벌 주요 TV 업체들이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위해 패널 재고를 준비해야 한다. 또 개최가 불투명해지긴 했지만 6~7월 도쿄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TV업체들의 대대적인 판촉 기회이기 때문에 패널 주문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KB증권 분석이다.

◇ 판매물량 줄어들까 '노심초사'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가 이런 상황을 넋놓고 즐길 수는 없다. 단가가 오른다지만 전반적으로 제품 생산 및 판매 물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생산 차질도 문제지만 경기가 악화하면 세계 최대의 IT 제품 시장인 중국에서 디스플레이를 받아 만드는 세트제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우선 중국 생산 설비의 부품과 소재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있다. 중국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蘇州) 패널 공장과 둥관(東莞) 모듈 공장, LG디스플레이 광저우(廣州) 패널 공장과 옌타이(煙台)·난징(南京) 모듈 공장 등이 있다. 상황이 길어지면 국내 업체들의 중국 생산기지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대형 OLED 생산 신규라인 가동을 준비중인데 이 역시 코로나 변수가 적지 않다.

국내 사업장 역시 코로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에 입주한 은행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일시적으로 중소형 패널 모듈 공장 일부가 폐쇄되는 일도 있었다.

수출도 부진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2월(1~25일) 디스플레이 수출은 11억4400만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21.8%, 전월대비 16.4% 감소했다. 이는 20대 수출 품목 중 가장 큰 감소율이다. 특히 중국으로의 디스플레이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42%나 급감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패널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에 더해 중국내 국내기업 공장의 모듈공장 조업 중단 및 감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사업 전환 등과 같은 추세 때문이라는 게 산업부 분석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출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전반의 물량 감소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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