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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막판 변수]허위공시 공방에 달린 반도건설 3.2%

  • 2020.03.20(금) 08:50

한진칼, 반도건설 허위 공시 주장…녹취 제시
권홍사 회장 "몰래 대화 녹음해 악의적 이용"
"법원, 이번 주 내 결론"…경영권 향방 가를 듯

오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반도건설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칼 일부 지분(3.2%)의 의결권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진칼은 반도건설이 주식보유목적을 허위 공시했다며 의결권을 제한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반도건설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 허위공시 논란…어떻게 진행됐나

지난해 반도건설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한진칼 주식을 갑자기 사들이자 업계에선 반도건설이 '누구의 편인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작년까지 반도건설은 지분 매입 목적을 '단순취득'이라고 공시하며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인서도 첨부했다.

주식 취득 목적이 바뀐 것은 올해 1월10일. 반도건설은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보유목적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경영참가를 선언한지 3주 뒤 반도건설은 사모펀드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공동보유계약을 맺고 3자 주주연합을 구축했다.

반도건설이 주식보유목적을 바꾸고 적이 되자 한진칼 내부에선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반도건설이 지난해 단순취득으로 지분을 사고서 뒤에선 한진칼의 경영권에 눈독을 들였다는 의혹이다.

의심을 받던 반도건설은 이달 3일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이 소송에서 한진칼은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했다. 작년 12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만나 나눈 대화 녹취다.

한진칼에 따르면 작년 12월 권홍사 회장은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후보자 추천을 해달라" "한진칼에 등기임원이나 감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해달라"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반도건설이 한진칼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라 공시해놓고 권홍사 회장은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로, 반도건설은 자본시장법의 '대량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은 "작년 반도건설의 한진칼 투자는 단순투자"라며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권홍사 회장은 "조 회장이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해 놓고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악의적으로 이용했다"고 반발했다.

한진칼은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 3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요청서도 제출했다. 반도건설이 보유한 8.28% 중 5%를 초과한 3.2%에 대해서 '주식처분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업계는 금감원보다 법원의 결과가 더 빨리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일과 16일 신문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결과는 빠르면 이번 주 내로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 3.2%에 달린 경영권 향방

3.2%의 의결권이 유지되느냐 제한되느냐에 따라 한진칼 경영권 분쟁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의안이다. 한진칼 정관 제30조(이사의 선임)를 보면, 이사의 선임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이상의 수로 해야 한다. 이번 주총에 의결권의 과반수 지지를 얻는 쪽이 이기게 되는 셈이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명부 폐쇄일(작년 12월26일) 기준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은 36.5%, 3자 주주연합은 31.98%으로 집계된다. 주주명부 폐쇄일 이후 3자 주주연합과 한진칼 우호세력이 지분을 늘렸지만 이번 주총에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법원 등이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8.2% 중 3.2%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게 되면 3자 주주연합의 지분은 28.78%까지 떨어지게 된다. 소액주주와 기관의 전격적인 지원이 있지 않으면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막기 힘들다는 얘기다. 반면 의결권이 유지되면 이번 주총은 '뚜껑을 열기 전까지' 쉽게 결과를 예상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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