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첫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 완성차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1월 출시한 이래 2개월 연속 국내외에서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쉐보레의 기대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0일 쉐보레에 따르면 트레일블레이저의 3월 내수 판매량은 3187대로, 전월(608대) 대비 424.2% 급증했다. 이는 3월 국내 완성차 업계 통틀어 최다 상승폭이다.
해외 성적도 좋다. 3월 판매량은 1만4897대로, 전월(1만511대) 대비 41.5% 증가했다. 출시 첫 달인 1월(6925대)을 제외하고, 2월부터 2개월 연속 1만 대 이상 팔린 셈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중 3월 해외 판매량이 월 1만 대를 넘어선 SUV는 코나와 투싼, 트레일블레이저 세 모델 뿐이다.
트레이블레이저의 활약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출시 당시만 해도 이미 기아차 셀토스가 소형 SUV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고, 르노삼성 등 다른 경쟁사들의 소형 SUV 출시 소식도 전해지면서 트레일블레이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였다.
특히 "쉐보레 차는 비싸다"라는 인식이 만연해 가성비 중심의 소형 SUV 시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입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우려를 의식했는지 쉐보레는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을 크게 낮추는 초강수를 뒀다. 최소 1995만원에서 최대 2620만원으로, 셀토스(1881만~2865만원, XM3(1719만~2532만원) 등 다른 신차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크기상 동급 차종으로 분류되는 투싼(2199만~3229만원), 스포티지(2284만~3102만원)의 가격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트레이블레이저의 크기는 전장 4425mm, 전폭 1810mm, 전고 1660mm, 휠베이스(축간 거리) 2640mm 수준이다. 이는 소형이라기 보다 준중형에 가깝다는 셀토스보다 더 크다. 셀토스의 크기는 전장 4375mm, 전폭 1800mm, 전고 1620, 휠베이스 2630mm다. 트레일블레이저가 더 크고 높고, 길다.
투싼보다 전장과 전폭, 휠베이스는 각각 55mm, 40mm, 30mm 짧고 좁지만, 전고는 10mm 더 길다. SUV의 경쟁력에 있어 엔진만큼이나 중요한 게 공간인 점을 감안하면 트레이블레이저 역시 가성비 면에서 뒤쳐질 게 없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출시된 한국GM 모델들은 높은 가격으로 가성비를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트레일블레이저는 기존 인식을 깨고, 고객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레일블레이저가 한국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는 점도 판매 확대의 비결로 꼽힌다.
현재 미국 GM은 '코로나 19' 여파로 본토를 포함한 여러 해외 공장들의 문을 닫아 놓은 상태다. 부품 공급이 원할하지 않은 데다 공장 근로자 중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실제 지난 3월 미시건 워렌 콜엔지니어링센터 한 직원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며, 해당 건물을 봉쇄하는 사태를 겪었다.
반대로 트레일블레이저의 내수와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GM의 부평공장은 문제없이 가동 중이다. 부품 수급 차질로 지난 3월 이틀에 걸쳐 셧다운을 실행한 게 전부다. 협력사 직원을 포함 3명이 의심 증상을 보여 검체 검사를 받았지만, 이 역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국GM 관계자는 "북미 등 해외 수출 물량이 다소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내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아직은 수요에 대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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