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사업에서 물류비라는 것이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어떤 철강사든지 물류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한 말이다. 당시 인수합병(M&A) 시장엔 CJ대한통운이 매물로 나온 상황이었다. 이후 포스코는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끝내 인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포스코가 CJ대한통운 인수전에 실패한 지 9년 뒤 또 다시 '물류 사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물류 자회사 설립이다.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계열사별로 별로로 운영되던 물류 사업부를 하나로 합친 물류 전문 회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 8일 열린 포스코 이사회에서 물류 자회사 설립에 대한 안건이 보고됐다. 업계에선 연내에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이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시기나 방식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포스코가 물류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철강 산업에서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철강사의 사업구조는 해외에서 철광석 등을 수입해 철강을 만들어 국내외에 파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물류비가 발생하고 중후장대 산업 특성상 물류비도 많다.
지난해 연결기준 포스코의 '운반보관비'는 1조4466억원에 이른다. 2018년보다 2.2% 비용 부담이 늘었다. 업계에선 포스코그룹 전체 물류비가 총매출의 11% 수준인 6조6700억원대라는 분석도 있지만 회사 측에서 이 숫자에 대해 "추정치일 뿐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물류비 부담이 큰 만큼 포스코는 그간 꾸준히 물류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1990년대 포항제철 시절 대주상선을 설립해 물류사업에 진출했지만, 5년만에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 이후에도 CJ대한통운 인수전 참여 등으로 꾸준한 관심을 보였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이번에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 카드를 꺼낸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작년 포스코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조868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0.2% 감소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7053억원)도 전년동기대비 41.4% 급감했다. 올 2분기는 코로나19 여파로 이익 감소 추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포스코가 어쩔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공식화하자 현재 포스코 물류를 맡고 있는 물류회사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최근 청원서를 통해 "(포스코는) 국내 물류분야 협력업체들에겐 젖줄과도 같은 기업"이라며 "제삼자 물류기업의 희생을 담보로 자신(포스코)의 배를 불리겠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에 부딪힌 포스코는 '해운업은 진출은 절대 아니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운업 진출이 아닌 '그룹사 화물에 대한 포워딩(운송주선업)' 개념으로 보면 된다"며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그룹사의 모든 물류 기능을 한 회사에 통합해 효율화 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환경 등이 많이 나빠져 물류비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