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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질주]'차세대' 전고체를 잡아라

  • 2020.06.05(금) 16:20

국내 3사 만년 적자....대외 변수도 턱밑 조여
치고 나오는 중국...글로벌 기업 부품사 압박
안전성, 성능 높인 전고체 배터리 '주목 받아'

"숨 돌리기도 어렵다." 1분기 좋은 성적표에도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당장의 성적표에 안주하기에는 장기간 지속되는 적자, 치고 들어오는 중국 업체, 반전을 꾀하는 완성차 기업들, 격화되는 미래 기술경쟁에 국내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사들은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일 다음 카드로 전고체 배터리를 꼽고 있다. 리튬이온의 뒤를 잇는 다음 세대 배터리로 안전성, 수명, 성능 모든 면에서 앞서는 '꿈의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는 주목 받는다.

◇ '갈길 먼' 수익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매해 적자를 보고 있다. LG화학이 사업을 시작한 이래 근 20년만인 지난해 4분기 첫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것이 첫 흑자 사례다. 나머지 업체들은 분기마다 꾸준히 적자를 기록해 왔다.

입김 더 커질 국내 3사
중국, 완성차 '견제구'
다음 세대 배터리 주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국내3사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해 올해 전세계 2차전지 시장규모가 2018년 기준 24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에서 올해 예측치로 260억~350억달러(약 31조7000억원~42조6000억원)를 제시하며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갈길 바쁜 배터리 3사에 복병이 껴든 셈이다. LG화학은 올해, 삼성SDI는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2022년을 연간 전기차 배터리 흑자전환 기점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각사 흑자전환 시기가 미뤄지거나 흑자폭이 축소될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어렵사리 넘겨도 문제는 산적했다. 우선 중국 기업의 추격이 매섭다. CATL은 지난해 3월 독일 폴크스바겐 미래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 삼성SDI와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로부터 4달 뒤에는 BMW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며 현지를 넘어 해외시장을 넘보고 있다. 

중국사들은 리튬인산철에서 리튬이온으로 중심축을 옮기며 내수에서 해외로 거점을 확대 중이다. 더 나아가 CATL은 미국 테슬라와 함께 고효율 배터리를 개발해 중국 공장 생산품 '모델3'에 장착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변화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현대·기아차와 미국 GM, 독일 폭스바겐 등은 부품사에 배터리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한다. 따라서 기존 계약 조건을 배터리사에 유리하게 재조정하는 등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LG화학의 경우 완성차 요구 물량이 워낙 많아 요구분의 70%를 간신히 납품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구매자에게 있어 판매자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단편적 사례다.

앞으로도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의존도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세계 배터리 공급량은 326기가와트시(GWh)로 수요 예측치인 190GWh를 71.6% 웃돌았다. 이 기관이 수요가 공급을 앞설 것으로 보고 있는 2024년경이면 부품사의 입김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완성차 제조사는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노스볼트사와 지난해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지난 12일(현지시간) 독일 현지에 들여 리튬이온 배터리 셀 생산공장에 총 4억5000만유로(약 6000억원) 투자키로 했다. 자체 생산역량을 일부 갖춰 부품사에 협상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다. 

이밖에 미국 테슬라는 지난해 말 파나소닉과 독점관계를 끊고 중국 공장 납품분에 LG화학 물량을 일부 채택하는 등 공급사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발간한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보고서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 성장 속도 둔화, 완성차 업체의 납품가 인하 압력 강화, 중국 업체의 중국외 시장 진출 등 여러 부정적 상황을 가정한 뒤 "저조한 수익성에 재무안정성은 더욱 저하되고 국내 3사 신용도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 '기술로 치고 나가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 전지 관련 인포그래픽/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차세대 배터리를 일찌감치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10년은 국내 회사들이 무리없이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CATL 등 부품사 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까지 시장에 진출하는 등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 초격차'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 받는 기술이 전고체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에서 나온 전기를 일으키는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전해질을 지닌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전해질을 포함해 모든 부품이 고체 상태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외부 충격, 온도 변화로 전해질이 누수되거나 팽창하는 등의 변수로 화재 위험이 있는 것과 비교해 안전성이 높다. 전해질을 보호하는 별도 보호 회로, 온도 조절 장치도 필요 없어 관련 부품 부피를 줄이면서 남는 공간에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재료를 추가할 수 있다.

현재 시계 등에 들어가는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는 개발됐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형 배터리는 기술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양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선 삼성전자가 가장 앞선 상태다. 올해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1회 충전에 전기차 800키로미터(km) 주행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소식을 알렸다. 지난달 13일에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논의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도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해외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와 파나소닉 연합이 전세계 전고체 특허의 40%를 차지한다. 두 회사는 2017년부터 협력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월 전고체 배터리 개발기업 맥스웰테크놀로지를 2억1800만달러(약 27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칭다오에너지디벨롬먼트는 2년 전부터 10억위안(약 1700억원)을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 생산 라인 구축을 준비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 김병주 한국·일본 대표는 "현재 각국에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느 기업이 우위에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닌 초기 단계"라며 "언론 보도 등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고 얘기는 나오지만 10가지 문제 가운데 하나를 간신히 해결한 것에 그친다. 양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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