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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가뭄-실적악화' 조선 악순환 내년에도…

  • 2020.11.02(월) 13:21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한국조선, 이익률 1.2% 불과…연 수주목표 37%↓
삼성중, 3년째 분기적자…드릴십 추가손실 없는게 위안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 한국조선해양은 간신히 흑자를 내는 데 그쳤고 삼성중공업은 12개 분기째 적자가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수주 가뭄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선박 발주가 뚝 끊기면서 연초에 잡았던 수주 계획은 물 건너갔다. 올해 수주 가뭄이 내년 더 깊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조선해양 간신히 흑자-삼성중공업 여전히 적자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자회사 실적이 합산되는 한국조선해양의 연결제무제표 기준 지난 3분기 매출은 3조459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11.9% 줄었다. 여름 휴가철이 끼어 있어 조선 건조물량이 주는 계절적 비수기에 환율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 효과가 겹쳤다.

내실은 더 안 좋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40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3% 증가했다. 하지만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56.2% 급감했다. 시장 기대치도 밑도는 성적이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12원을 남긴 것으로, 예금 이자보다 못한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당기순손실은 77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보다 금융비용(425억원)이 더 많았고, 외환관련 손실도 275억원 발생했다. 지난 2017년 문을 닫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등에선 '운휴(運休)비용' 114억원이 들어갔다.

삼성중공업은 말 그대로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은 134억원으로, 2017년 3분기 이후로 12개 분기, 꼬박 3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악성재고' 드릴십 탓에 영업손실 7077억원이 발생한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실적은 개선됐지만 이번에도 고질적 적자는 끊지 못한 것이다. 덩치도 줄었다. 지난 3분기 매출은 1조676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6% 감소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해도 소폭(0.9%) 줄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지난 3분기 적자가 최근 3년간 실적중 가장 작았다는 점이다. 드릴십에서 더 이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걱정보다 선방했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목할 점은 2분기까지 실적 불확실성의 주요인이던 드릴십 재고자산 5기와 관련한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선 드릴십에 대한 매각 협상이 재개됐고, 협상중인 가격이 잔존가치보다 높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 수주 가뭄, 내년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수주 가뭄이다. 조선업계에선 '오늘의 수주가 내일의 실적'으로 이어진다. 올해도 극심한 수주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초 세운 수주 계획을 4분기를 코앞에 두고 37% 가량 줄였다. 지난 30일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전망치를 115억9500만달러에서 73억3200만달러로 정정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계획도 42억5000만달러에서 32억500만달러로 낮춰잡았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의 본격적인 수주 시점은 2021년 하반기가 예상된다"며 "수주 비중의 75%가 에너지 운반선(탱커·가스선)으로, 2021년 하반기 신흥국 경기 회복에 따른 에너지 소비 반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계획을 정정하지 않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수주 목표는 84억달러였는데, 현재 수주 물량은 11억달러 수준"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선 올 4분기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을 계획대로 수주하면 올해 목표의 73% 가량을 채울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발주 사이클을 보면 올해 어느 정도 주문이 나와야 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주들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며 "올해 수주가 위축된 만큼 내년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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