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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적자터널 탈출?…LG폰이 잡아야할 두 토끼

  • 2020.12.16(수) 08:30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LG전자, MC사업 ODM 중심 조직개편
롤러블폰·레인보우로 브랜드 재건 사활

LG전자가 수 년째 '골칫덩이'인 휴대폰 사업의 환골탈태에 힘쓰고 있다. 우선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공언한 흑자 전환 시기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제조사개발생산(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확대를 통한 수익성 확보 움직임이 뚜렷하다. ODM이란 주문업체가 제조업체에 제품 개발과 생산을 맡긴 뒤 이 제품에 주문사 브랜드를 붙여 유통·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주문업체 LG전자로서는 적자가 이어진 휴대폰 사업에서 개발·생산 비용을 극소화하려는 '궁여지책'이다.

LG전자는 이와 동시에 새로운 폼팩터(기기형태)의 스마트폰을 선보여 브랜드 경쟁력은 높이려 하고 있다. 떨어진 LG 폰의 이름값을 높여야 ODM도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승부수는 내년 초 공개로 알려진 롤러블 스마트폰 'LG 롤러블'과 고급형 스마트폰 'LG 레인보우(가칭)'다. 이런 '투트랙' 전략이 LG전자의 실적을 깎아먹던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의 오명을 벗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권봉석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4.5조 까먹고 공언한 '흑자전환' 원년 코앞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작년 이 자리에서 2021년에 모바일 턴어라운드(흑자전환)가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도 그 목표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호하게 '내년 흑자 전환'을 공언했던 올 초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제15회 전자·IT의 날' 행사에서 권 사장은 MC사업본부 전망에 대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개선하고 있고, 내년에는 프리미엄 라인에서 조금 더 성장해 질적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흑자 전환 예상 시점에 대해서는 "열심히 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사실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적자가 시작된 2015년부터 거의 매년 휴대폰 사업의 흑자 전환을 약속해왔다. 2016년 당시 LG전자 MC사업본부장이었던 조준호 전 사장은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6'에서 직후인 그해 2분기 턴어라운드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1년 뒤 'MWC 2017'에서도 G6 출시 이후 "실적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이 역시 공염불이었다. 

2018년 MC사업본부장이었던 황정환 부사장도 'LG V40 씽큐' 공개행사에서 "내년에는 적자폭이 줄고 2020년에는 턴어라운드를 이루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MC사업본부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작년 MC사업본부는 ▲1분기 2035억원 ▲2분기 3130억원 ▲3분기 1612억원 ▲4분기 3322억원으로 총 1조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총 22개 분기 동안 누적 적자는 4조5332억원에 달한다.

◇ ODM 늘려 원가 절감 나선다

LG전자가 올 초부터 강조해왔던 ODM 강화는 흑자전환 공염불을 마치기 위해서였다. 특히 권봉석 사장이 또 다시 약속한 흑자 전환 시기가 다가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더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는 MC사업본부 산하에 있던 BTD(보급형디바이스)사업실을 ODM담당으로 격상했다. MC연구소 산하 MC선행연구담당과 MC 품질공정(QE) 담당은 연구소 내 조직으로 이관되고, MC해외영업그룹 산하 MC선행영업담당과 SCM(공급망관리) 담당은 해외영업그룹으로 통합했다. ODM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조직을 효율화 해 스마트폰 사업의 비용절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ODM 확대를 스마트폰 적자 탈출의 마지막 해결법으로 꼽고 있다. ODM 생산 방식은 제조업체가 제품 설계와 부품 수급까지 맡아 진행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적은 투자 비용으로 시장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018년부터 ODM 비중을 늘리기 시작해 작년에는 20%대, 올해는 50% 수준까지 확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제외한 중저가 스마트폰은 거의 모두 ODM으로 생산하는 구조다.

이에 따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분기 LG전자 MC사업본부는 2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48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8.1%(581억원), 전년 동기 대비 7.9%(127억원) 줄었다. 분기별로 봐도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4분기 3322억원에서 올 1분기 2378억원, 2분기 2065억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적자 축소에는 ODM 확대가 적잖은 역할을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위축됐던 소비가 보급형 제품 판매 호조 등으로 개선됨과 동시에 ODM 확대를 통해 원가 절감 효과가 나타나 실적이 개선됐다는 것이 LG전자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LG전자 MC사업본부의 적자 규모를 약 72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겼던 것에 비하면 28.7% 감소한 셈이다. 다만 내년 흑자 전환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ODM 비중을 70%까지 늘리더라도 영업손실은 32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업계의 관측이다.

◇ 차세대 '롤러블폰'이 쥔 명운

LG전자는 ODM 강화를 통해 비용을 낮추면서 롤러블폰 등 기술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ODM으로 생산하는 중저가형 모델의 적극적인 판매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폴더블폰보다 진화된 폼팩터로 불리는 롤러블폰으로 승부를 걸어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롤러블폰은 화면이 돌돌 말리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다. 상소문처럼 옆으로 펼쳐진다고 해서 이른바 '상소문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LG전자 롤러블폰 예고 영상./사진=LG전자 유튜브

LG전자는 가장 먼저 롤러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다. 지난 9월 'LG 윙' 공개 행사에서 롤러블폰 영상을 깜짝 발표해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중국 브랜드가 시제품을 먼저 공개하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관련 기술을 활용해 롤러블 TV를 상업화한 LG전자의 신뢰도가 더 높은 편이다. 관련기사☞ LG전자, '폴더블' 대신 '스위블'…다음은 '롤러블'

LG 롤러블은 LG윙에 이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으로 MC사업본부의 명운을 쥔 핵심 제품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혁신 제품으로 내놓은 '폴더블 스마트폰'을 건너뛰고 선택한 폼팩터인 만큼 성공에 대한 무게감이 막중하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CES 2021에서 LG 롤러블을 공개한 후 3월에 정식 출시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3사 전산망에 단말기를 등록하고 망 연동 테스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 연동 테스트는 단말기가 네트워크에 적합한지 여부를 파악하는 검사로, 통상 출시 1~2달 정도 전에 마지막으로 진행한다.

LG 롤러블과 함께 상반기를 책임질 제품은 LG벨벳의 후속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LG 레인보우'다. LG 레인보우는 'LG 벨벳'과 'LG V50 씽큐' 등과 같은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이다. 아직 명칭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LG벨벳과 같이 제품 특성을 반영해 이름을 붙이는 '펫네임'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라인업을 갖춘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회복에 대한 시장의 회의감은 여전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브랜드 선호도가 강해짐에 따라 LG전자라는 브랜드가 지닌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5G 폰 이후 스마트폰의 차별화가 적어진 시점에서 선호 브랜드의 고착화로 LG전자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내년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이후 판매가 부진할 경우 스마트폰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에 다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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