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중국시장에서 판매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준비하던 직영 브랜드숍(전문판매점) 개설 계획을 2년 만에 접었다. 자체 고급 매장을 운영해 현지 경쟁력을 되살리는 방안을 구상했지만 짧은 실험 끝에 이를 포기했다. 그 대신 중국 내 기존 유통 채널과 온라인 판촉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B2B(기업간 거래) 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브랜드숍 '거점' 기대했지만
3일 LG전자의 분기보고서(2020년 3분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손자회사인 하이프라자 중국법인을 최근 청산했다. 하이프라자는 LG전자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로 국내에서 브랜드숍 'LG베스트샵'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LG전자가 생산하는 각종 제품을 시장에 유통,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하이프라자 중국법인은 지난 2018년 세워진 하이프라자의 100% 자회사다.
하이프라자는 중국 동북지역 최대 도시이자 동북3성 중 랴오닝성(遼寧省) 성도인 선양(瀋陽)에 법인을 설립하고 전문판매점을 열 계획이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숍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보자는 전략이었다. 쑤닝(蘇寧), 궈메이(國美) 등 현지 가전유통업체에서도 매장 내 위상이 떨어지고 판매도 점점 부진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시도였다.
LG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과거의 입지를 되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LG전자의 중국 매출은 4조640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3%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출은 2012년 3조원대로, 2016년에는 2조원대까지 떨어졌다.
배경에는 현지 업체들의 급성장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부진한 휴대폰뿐 아니라 강점을 가진 가전에서 역시 하이얼, 하이센스 등 현지 브랜드가 저렴한 제품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반면 LG전자의 시장 입지는 좁아졌다. 이에 더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현지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 커지자 판촉은 더욱 어려워졌다.
LG전자가 선양 전문판매점을 설립해 국내에서 통했던 프리미엄 전략을 중국에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중국 현지 기업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중국 경제 성장에 따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커진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를 잡아내자는 계산이었다. LG전자는 자회사로 둔 중국 판매법인도 2017년 말 조직개편에서 한국영업본부 산하로 이관한 바 있다.
하지만 하이프라자 중국법인의 브랜드숍 실험은 2년만에 흐지부지 끝났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더 깊어져 지난해 LG전자의 중국 매출액은 2010년의 절반 수준인 2조2947억원을 기록했고,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7%까지 내려앉았다. 선양에 매장을 내 성과를 내면 중국 전역으로 브랜드숍을 확대하는 복안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내부 판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대륙 전략' 온라인·B2B에 방점
하이프라자 중국법인 청산으로 잡힌 손실액은 6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샵 전략을 중국에서는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는 게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갑작스럽게 터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후폭풍까지 맞았다. LG전자의 올 3분기까지 중국 시장 누적 매출액은 1조579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9.9% 감소했다.
올해는 연간 2조원 매출도 위태롭다는 관측이다. 올 여름께 주요 유통체인에 입점해 있던 브랜드 점포와 전문 판매직원을 대거 정리한 것도 현지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LG전자는 중국 시장 대응을 위해 실제(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유통망 강화에 힘을 쏟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상황이다. 또 최종소비자 대상 판촉 비중을 낮추고 호텔, 학교 등 B2B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지에서 직영점을 운영하는 법인을 철수하고 온라인과 B2B 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중국 시장에서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이프라자 중국법인 청산을 결정했다"며 "중국 로컬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추구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