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연간 영업이익 3조원의 벽을 최초로 넘겼다. 매해 곤두박질쳤던 연말 실적이 작년에는 사상 최대(4분기 기준) 수준으로 튀어오르며 '상고하저'의 흐름을 깬 덕분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으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자 주력인 생활가전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지부진하던 자동차 전장사업부문까지 이르면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올해 역시 실적 기대감은 높다. 골칫거리인 스마트폰 부문도 제조사개발생산(ODM) 비중 확대로 원가 절감 효과를 예고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8조7826억원, 영업이익 6470억원의 실적이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LG전자는 매 분기가 끝난 다음달 초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잠정 실적을 공개하고, 사업본부별 세부 실적과 순이익 등은 같은달 말 공식 발표한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해 분기 사상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35.6% 급증했다. 역대 4분기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는 당초 시장의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LG전자 4분기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17조8798억원, 영업이익 6263억원이었다. 예상치보다 매출은 900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 많다.
연간 실적도 사상 최대다. LG전자의 지난해 연 매출액은 63조2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3조1918억원으로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번 실적은 통상 LG전자의 발목을 잡던 '상고하저'의 실적 흐름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G전자는 연말 소비 특수에 따른 판촉 확대로 4분기 실적 악화를 반복해왔다. 2018년 4분기 LG전자 영업이익은 757억원, 2019년에는 101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 이하였다. 관련기사☞'연말공포증' 부르는 LG전자..4분기만 되면 왜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판매가 늘어난 것을 수익성 개선의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현장 판촉비용이 불가피하게 줄어든 것이 이익 증대로 이어졌다. LG전자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지난해 10%에서 올 하반기 30%까지 늘었다.
이와 함께 스타일러(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신가전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판매 증가도 실적 호조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하는 H&A사업본부(Home Appliance & Air Solution)는 4분기 역시 실적 개선에 주력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부문별 영업이익 추정치를 합산해보면 H&A사업본부는 4분기 3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 분기(6715억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018억원)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TV 등을 생산하는 HE사업본부(Home Entertainment)은 4분기 2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집콕'으로 프리미엄 TV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MC사업본부(Mobile Communications)의 적자는 지속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4분기 역시 2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서 보급형 제품에 대한 매출을 늘리고, ODM 확대로 원가 절감에 힘쓰며 적자폭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Vehicle component Solutions)는 300억원대 후반까지 적자폭을 크게 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이 회복돼 매출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손실폭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특히 내년부터는 VS사업본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최근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면서 전장부품사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車전장 죽쑤던 LG전자, 마그나 합작에 '5조 잭팟'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연간으로는 내년부터 VS 부문이 흑자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은 LG전자에서 VS사업부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지난해 9%에서 올해 10%, 내년에는 11%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증권사 고정우 연구원은 "내년 LG전자의 실적을 견인할 핵심 사업 중 하나는 전장부품"이라며 "마그나와의 공조를 고려하면 전장부품사업부의 고성장 가능성이 높고 전기차 부품 시장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업체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