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낸 데는 역시 '가전의 힘'이 있었다. 사업부가 달리 나눠져 있는 TV와 정보기술(IT) 기기도 힘을 실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침체됐던 소비가 살아나면서 지난해부터 보복 소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집콕' 문화가 일상으로 정착하면서 TV와 IT 기기의 수요가 늘어난 효과다.
다만 7월 사업종료를 앞둔 스마트폰 사업은 마지막까지 골칫거리였다. 2분기는 가전과 TV 판매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이 실적에서 제외되면서 분위기가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 생활가전·TV가 '영업익 87%' 합작
LG전자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8조8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1% 늘어난 1조5166억원을 시현했다. 각각 분기 사상 역대 최고치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오른 8.1%로 역대 1분기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이 2.3배 이상 늘면서 영업이익률도 8%대를 넘겼다.
사업본부별로 보면 역시 '가전'이었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는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H&A사업본부의 매출액은 6조7081억원, 영업이익은 9199억원이었다. 특히 사업본부의 분기 영업이익이 90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13.9%에 이어 분기 사상 두 번째로 높은 13.7%였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매출(5조4180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었다. 고성장의 주역은 '프리미엄 가전'이었다.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의 판매 호조와 더불어 공간 인테리어 가전인 'LG 오브제컬렉션'의 인기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렌탈 사업의 성장에 따라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했다.
29일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김이권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올해 1분기 렌탈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하며 두 자릿수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달성하고 있다"며 "H&A사업본부 내 렌탈사업 비중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TV 수요가 회복되면서 TV를 담당하는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HE사업본부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9% 증가한 4조82억원이었다. 작년 1분기 2조97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올레드 TV, 나노셀 TV,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늘면서 영업이익은 4038억원으로 23.9%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10%를 넘었다.
LG전자 측은 "최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지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을 늘리고 투입 자원을 효율적으로 집행한 결과"라며 "1분기 올레드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H&A와 HE사업본부가 합작한 영업이익은 LG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87.3%를 차지했다.
노트북 등 IT제품을 담당하는 BS(Business Solutions)사업본부도 집콕문화의 수혜를 봤다. 매출액은 분기 사상 최대치인 1조8643억원을 기록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지속되며 PC, 모니터와 같은 IT 제품의 매출이 늘었다. 다만 주요 부품 가격과 물류비 인상에 따라 영업이익은 1340억원으로 30.8% 감소했다.
◇ 적자 늘린 MC, 줄인 VS
오는 7월말 사업 종료 예정인 휴대폰 사업을 맡은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는 실적이 반영되는 마지막 분기까지 적자 폭을 늘렸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998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2801억원으로 2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사업 운영 방향 검토에 따라 자원 이입을 최소화했지만,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줄고 구모델 중심 판매가 이어지면서 판가가 하락해 손익이 악화됐다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MC사업본부 실적은 2분기부터 영업이익에 반영되지 않고 중단영업손실로 처리한다. ▷관련기사: [LG폰, OFF]LG전자 결국 스마트폰 사업 철수(4월6일)
자동차 부품 담당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 사업본부는 매출액이 1조89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5% 증가했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완성차 시장의 점진적 회복과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신규 프로젝트가 늘어난 덕이다. 영업손실 규모도 전 분기 20억원에서 7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재무 구조도 개선됐다. 올해 1분기 기준 LG전자의 차입금은 9조76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 역시 2조3000억원가량 줄어든 4조3500억원이었다.
LG전자 이현규 금융담당 상무는"사업수익성 확보 및 운전자금 개선 등을 통해 현금흐름 창출 지속 노력하고 있다"며 "개선된 현금흐름은 차입금 축소,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등을 통해 재무지표 개선 및 주주가치 개선 위해 활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