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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LNG 직수입 늘면 가스요금이 오른다?

  • 2021.03.29(월) 06:00

LNG 저렴하게 직수입하는 발전소 늘어…가스요금엔 악재
가스공사 저렴한 도시가스 위해 발전용 가스요금 더 받아
LNG 직수입 늘수록 도시가스요금 손실 보전하기 힘들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LNG 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방식이긴 하지만 기존 석탄화력발전보다 그 양이 3분의1 수준으로 적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의 100% 전환을 위한 계단 역할을 LNG 발전이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해온 LNG 시장이 지난 2013년 이후 민간에게 일부 개방되면서 직접 LNG를 수입해 발전소를 운영하려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스 시장에 경쟁이 도입되면서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가격보다 더 싸게 LNG를 구입해 발전 원가를 낮추는 발전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LNG 직수입이 시작된 2005년 1%(41만톤)에 불과했던 LNG 직수입 물량 비중은 2019년에는 18%(726만톤)으로 증가했습니다. 

LNG를 더 싸게 구해 발전원가를 낮추는 발전소가 많아지는 상황이라면 가스요금의 인하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LNG 직수입이 늘어날수록 가스요금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전소가 가스공사에서 파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LNG를 들여와 전기를 생산한다는 데 왜 우리집 난방비가 오르나요.

# 도시가스 보급 늘리기 위해 발전용 가스 요금 올려

한국은 도시가스(LNG) 보급률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가정집은 연탄보일러를 사용해 난방을 했습니다. 하지만 가스중독 사고와 화재가 늘어나면서 도시가스 보급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죠.

보급률을 늘리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가격입니다. 정부는 가스공사를 통해 원가보다 저렴하게 가스를 공급해줬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스를 원가 이하로 공급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가스공사는 파산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이에 가스공사는 도시가스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대신 가스발전소에는 비싸게 공급해 손실을 보전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런 제도를 '교차보조'라고 부릅니다. 공급과 수요라는 시장원리를 왜곡하지만 독점시장에서는 가능한 방식입니다.

저렴한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사오는 가격보다 상당히 비싸게 가스를 발전소에 공급합니다. 초기에는 두 배 이상의 가격이 매겨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가스시장을 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다 보니 가스발전소는 어쩔 수 없이 이 가격에 가스를 구해야 했습니다.

▲ 가스공사의 LNG 시장 교차보조 예시

하지만 가스공사의 독점시장이 깨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도시가스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던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직수입을 하지 못한 가스발전소에 대한 가스요금을 올리는 것도 가스공사 입장에서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요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직도입을 선택하는 발전소가 더 빨리 늘어날 테니까요. 

결국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하는 선택지만 남습니다.

정부도 이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가스공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직수입으로 이탈할수록 공사가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어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가스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 LNG 직수입 늘면서 도시가스 손실 보전 어려워

정부의 고민에도 가스요금 인상을 막을 뾰족한 수는 없어 보입니다. 우선 LNG의 직수입 속도가 빠릅니다. 대응책을 마련하기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최근 HDC그룹(현대산업개발) 자회사 통영에코파워가 경남 통영시 광도면 성동조선해양 내에 1012MW급 LNG 발전소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LNG는 직수입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 가동 중이거나 현재 가동을 준비하는 LNG 발전소 상당수가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수입할 예정입니다. 포스코와 SK E&S, GS에너지, GS칼텍스 등이 LNG의 직수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전력의 발전공기업까지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LNG를 직수입하는 추세입니다. 발전공기업은 가스공사의 VIP 고객이었습니다. 중부발전은 2015년부터 매년 125만톤의 LNG를 사들였습니다. 서부발전(140만톤)과 남부발전(50만톤), 동서발전(55만톤), 남동발전(80만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5개 발전공기업 모두 2022년부터 LNG 직수입을 늘릴 예정입니다. 

이에 가스공사는 한전의 발전자회사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던 가스공급가를 개별적으로 협상해 정하는 '개별요금제'를 도입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발전사 별로 요금을 협상해 타협점을 찾아보자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한국동서발전 등이 공개적으로 제안을 거부하는 등 시장 반응이 냉랭합니다.

민간 가스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시장의 정상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스공사가 독점을 이용해 왜곡해온 시장을 바로잡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정상화는 에너지 분야의 추세입니다. 최근 전기시장에 원가연동제가 도입된 것도 시장의 정상화 과정입니다. 전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연료의 가격변동과 친환경 정책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최종 가격에 원가를 반영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죠.

도입 과정은 다르지만 도시가스 요금도 원가와 연동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물론 당장 고지서를 받아들 국민들의 반발이 큽니다. 실제로 전기요금의 원가연동제는 올해 2분기부터 시행해야 하지만 여론의 성난 반응에 정부가 시행을 미뤘습니다. 가스요금 인상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런 반발과 정부의 눈치보기는 결국 2050년 재생에너지 100% 사회를 목표로 하는 에너지전환 도입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의 시야가 얼마나 멀리보고 있는지, 에너지 정책이 그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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