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는 어때?
기아의 K8 1.6 터보 하이브리드를 타봤다고 한다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경쟁모델인 그랜저 하이브리드보다 한 수위였다.
지난 13일 K8 하이브리드로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경기도 가평군의 한 커피숍까지 왕복 115km를 시승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도로, 강을 낀 꼬불꼬불한 국도, 쭉 뻗은 고속도로 등으로 구성된 코스였다. 2시간의 시승을 끝내고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15.7km/ℓ였다.
회사 측이 제시한 K8 하이브리드(18인치 타이어, 빌트인 캠 장착) 복합연비는 16.8km/ℓ. 이날 연비가 공식 연비엔 살짝 미치지 못했지만 가속과 급정거 등을 시험해본 시승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지난달 왕복 77.2km를 시승한 K8 3.5가솔린(전륜 구동) 모델의 연비는 10.8km/ℓ였다. 가솔린 모델과 비교하면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가 확실히 좋은 것이다. 그래도 연비가 아쉽다면, 타이어 크기를 줄이면 된다. 17인치 타이어를 달고 빌트인 캠을 떼면 공인 복합연비는 18km/ℓ까지 올라간다.
이는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앞서는 연비다. 그랜저 가솔린 2.4 하이브리드 엔진의 복합연비는 14.9~16.2km/ℓ 수준에 머문다.
기아는 K8 하이브리드의 연비를 향상하기 위해 12V 보조배터리 통합형 고전압 배터리를 적용해 차량의 무게를 줄였다고 했다. 이전 하이브리드 차는 배터리·조명 등을 작동시키는 12V 보조배터리, 모터·에어컨 등을 가동하는 고전압 배터리가 따로 장착됐는데 이 2가지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여기에 구동모터의 효율을 높이면서 K7 하이브리드보다 연비를 11%가량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시승한 기자들 사이에선 정숙함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고 현대차 관계자가 전했다. 실제로 타보니 주행 중에도 조용한 실내가 인상적이었다. 시동을 걸 때 전기차와 같은 고요함이 느껴졌고 속도에 따라 모터에서 엔진으로, 엔진에서 모터로 매끄럽게 전환됐다.
너무 정숙한 주행감 탓일까. 시속 80~90km 구간에서 액셀을 밟자 모터에서 나오는 듯한 미세하지만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존 엔진 차에 익숙한 예민한 운전자라면 귀에 거슬릴 수도 있을 듯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이상 달리자 묵직한 엔진의 맛이 느껴졌다. 최고 출력 180PS(마력), 최대 토크 27.0kgf·m의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에서 나오는 힘이다. 이전 모델인 K7 2.4 하이브리드 엔진보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가 각각 13%, 29% 향상됐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빠지지 않는다. 후진할 때 뒤에서 차가 다가오자 경고음과 함께 핸들에 진동이 전달됐다. 앞선 차량의 급정거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도 경고음이 울렸다. 제법 쓸 만했다. 이 밖에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등이 장착됐다.
이날 시승한 모델의 가격은 5000만원에 육박(친환경차세제혜택 및 개소세 3.5% 기준)했다. 최상 트림인 시그니처에 파노라마 선루프, 드라이브 와이즈, 메리디안프리미엄사운드 등이 추가된 '풀 옵션'이다. 이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3000만원대 후반인 노블레스 라이트 트림으로 눈높이를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