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6년 만에 내놓은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 '디 올 뉴 스포티지'는 개인적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차다. 첫 시승차라서다. 누구에게나 첫차는 있다. 운전면허를 처음 따고 '아빠 차'를 처음 몰았을 때의 두려움, 뚜벅이를 벗어나 생애 첫차를 샀을 때의 설렘도 모두가 느꼈을 감정이다.
지난 17일 미디어 행사에서 시승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HEV)가 그랬다. 설레고 떨렸다. 더욱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핸들은 처음 잡아봤다. 첫 시승에 대한 두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동을 걸고 엑셀 페달을 밟자 두려움은 '얼른 달려보고 싶다'란 기대로 바뀌었다. 128.4km를 달린 이 날 시승에서 SUV답지 않은 부드러운 승차감, 기대보다 더 뛰어났던 연비가 인상적이었다.
부드럽고 날렵한 외관
외관부터 둘러봤다. 전면부인 라디에이터 그릴, 주간주행등(DRL), 전조등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입체감이 인상적이었다. 꺾쇠 2개를 박은 듯한 주간 주행등도 날렵했다. 측면부에 위치한 사이드미러는 위치가 눈에 띄었다. 보통 사이드미러는 창문 옆에 달렸지만 이번 스포티지의 사이드미러는 위치를 살짝 낮춰 문에 설치했다.
운전석에 앉자 가장 먼저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디스플레이의 정식 명칭은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곡면으로 연결한 디스플레이다. 끊김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일체형 디스플레이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했다.
SUV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운전석 시트가 예상보다 높았다. 덕분에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내부 공간이 넉넉했고 주행 중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왕초보, 스포티지 몰아보니
시동을 걸고 액셀 페달을 밟자 운전에 대한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SUV인데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고?'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안전하게 시승을 마칠 수 있을지란 걱정이 날아가버린 순간이었다.
시승 초반 도심 지역에서 잠시 길을 헤맸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여러 번 이탈하자 차선을 자주 변경해야 했다. 초보 운전자에게 차선 변경은 난제다. 운전 감각이 미숙한 탓에 언제 차선을 변경해야 할지 타이밍을 잡지 못해 적잖이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티지를 주행하는 동안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깜빡이를 켤 때마다 디지털 계기판에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영상이 떴다. 무리한 차선 변경을 하지 않도록 주변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경고음도 울렸다. 스포티지에 탑재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기능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초보 운전자들은 긴장하는 탓에 몸에 힘이 한껏 들어간다. 그래서 운전을 하고 하차할 때면 페달을 밟는 발목에 피로감이 몰린다. 하지만 스포티지의 브레이크는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부드럽게 멈춰서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부드러운 브레이크 감도가 인상적이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땐 힘껏 속도를 내봤다. 제한 속도인 시속 110km를 달려도 차체에 흔들림이 없었다. 풍절음(차체가 공기와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소음)과 엔진 소음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에 차가 없어 그 이상 속도를 살짝 내봤을 때도 차체의 흔들림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경유지인 황학산 수목원에 도착해 가장 먼저 연비를 확인했다. 디지털 계기판엔 18.9km/ℓ가 찍혔다. 공인연비 16.7km/ℓ를 뛰어넘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긴 하지만 'SUV는 연비가 좋지 않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버린 것 같았다.
트렁크에 누워보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차박족(차에서 잠자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포티지는 차박족을 만족시킬 수 있는 SUV가 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트렁크 용량은 이전 모델보다 대폭 넓어졌단다. 이번 스포티지의 트렁크 용량은 647ℓ로 기존 모델보다 약 150ℓ가량 커졌다. 텐트를 포함한 캠핑 도구들이 다 들어가고도 남아보였다. 실제로 뒷좌석을 젖히자 넉넉한 차박 공간이 마련됐다. 성인 2명에 아이까지 누울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했다. 혼자 캠핑을 즐기는 캠핑족들에겐 좀 커 보였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 주변이 가장 아쉬웠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 조작부에 많은 기능들을 넣은 탓에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좌석 열선 기능을 다른 곳에 위치하도록 조정했거나 핵심 기능들로 최소화했으면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트 포지션과 디스플레이의 조화도 살짝 아쉬웠다. 높은 시트 포지션, 고급스러운 디스플레이는 분명 각자의 장점이 뚜렷했다. 하지만 높은 시트 포지션은 디스플레이 위치를 낮게 느껴지게 했고, 내비게이션을 볼 때마다 시선 처리에 불편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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