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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삼성은 왜 터키에 폰 공장을 지을까

  • 2021.05.27(목) 16:09

삼성전자, 8년만에 새 스마트폰 해외 생산기지
터키 정부 적극 구애, 중국 기업 공세에 대응
연 300만대 규모지만…향후 유럽시장 거점 예상

삼성전자가 터키 이스탄불 인근 지역에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설립해 올해 본격 가동에 들어갑니다. 삼성전자가 해외에 스마트폰 생산 기지를 운영하는 것은 지난 2013년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옌빈 공장 이후 8년 만인데요. 터키가 국내에서는 '형제의 나라'로 익숙하긴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생산기지로는 드문 입지입니다. 삼성전자는 왜 터키를 택했을까요?.

현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공장은 △베트남 박닌성 옌퐁, 타이응우옌성 옌빈 △인도 노이다 △한국 구미 △브라질 캄피나스, 마나우스 △인도네시아 치카랑 등에 있습니다. 과거 운영하던 중국 톈진, 후이저우 공장은 2018년 이후 정리됐고요. 최대 생산 기지는 베트남으로, 2개 공장에서 매년 총 1억5000만대의 스마트폰을 만들어냅니다. 이전까지 터키에서는 현지 업체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해왔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터키가 스마트폰 공장이 들어서기에 다소 의외의 국가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터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0%가 넘는 1위 기업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터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7.5%를 기록했습니다. 터키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죠.

터키는 휴대폰 보급률이 90% 이상인 IT(정보기술)기기 강국이기도 합니다. 터키 정보통신기술연구소(BTK)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터키의 휴대폰 가입자는 8290만명이었는데, 이중 4G 이상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7800만명에 달합니다. 전체 휴대폰 사용자 중 94% 정도가 4G 혹은 5G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죠. 지난해 터키에서 판매된 스마트폰도 약 1060만대에 달합니다.

이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으니 삼성전자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시장인 셈이죠. 삼성전자 관계자도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통신사의 요구 수용과 품질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업체들이 터키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삼성전자로서는 현재의 점유율을 뺏기지 않아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대표적인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최근 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긴 하지만 작년 기준 13.9%의 점유율을 차지했고요. 샤오미와 오포, HTC 등도 점차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샤오미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샤오미의 터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샤오미의 터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6.4%에 그쳤지만, 올해 4월 14.7%까지 늘어났습니다. 오포 역시 현재 점유율이 2.7%로 미미하긴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죠.

반면 삼성전자는 작년 4월 점유율 47.3%에서 올해 4월 43.7%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아직까지는 점유율 차이가 크긴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었겠죠.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단순히 점유율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뿐만은 아닐 겁니다. 지난해 말부터 터키 정부는 파격적인 관세 정책을 내걸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올해 8월까지 현지 투자에 대한 인증서를 첨부하면 휴대폰 생산에 사용되는 반제품 조립(CKD) 부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었죠.

터키 정부는 올해 국내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1200만대의 스마트폰 중 4분의 1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1000만대입니다. 관세 면제 효과로 비용이 절감되면서 스마트폰의 가격이 30% 이상 크게 떨어지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죠.

특히 터키 정부가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은 스마트폰 품목에서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매년 1200만대의 스마트폰이 팔린다고 가정했을 때 60억달러가 수입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터키 정부는 적자를 경감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도록 나선 것이죠.

유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3월 샤오미는 터키에서 시험생산을 시작했고요. 오포는 터키 산업부의 투자장려금을 지원받아 이스탄불 인근 공장을 스마트폰 생산시설로 탈바꿈해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리얼미도 보급형 C시리즈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TCL도 이달 중순부터 터키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화웨이와 비보, 테크노 모바일 등도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터키 공장에서 생산할 스마트폰은 연간 300만대 규모로 추정됩니다. 삼성전자는 생산 제품을 터키 내수용으로 판매할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현지 언론들의 전망은 다릅니다. 업계에서는 생산 제품을 다른 지역으로 수출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이는 현지 중국 기업들의 행보에 따른 해석으로 보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터키가 유럽 시장과 지리적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높게 사, 터키 공장을 통해 유럽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내걸고 있습니다. TV의 경우 터키에서 생산된 물량의 70%가 유럽으로 수출된다고 합니다. 샤오미의 경우 터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이후 수출 물량까지 확보하는 전략을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수로만 연 400만대 이상을 파는 시장에서 한 해 300만대를 만드는 공장 하나로 터키 내수와 유럽시장 수출 물량을 소화하긴 어렵겠죠. 지금은 작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삼성전자의 터키 스마트폰 생산기지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을 불러오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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