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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반도체도 배터리도…삼성만 '정중동' 이유

  • 2021.06.14(월) 17:43

삼성전자·삼성SDI "투자한다"면서도 '신중'
LG·SK 등 경쟁사 과감한 투자행보와 대조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이 반도체·배터리 사업 관련 대규모 투자에 신중한 태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지역을 놓고 여전히 검토중이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삼성SDI 역시 미국 시장 진출을 검토한다면서도 디테일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죠.

비슷한 시기에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나서고,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부문 합작법인(JV) 설립에 나서는 장면과 대조적입니다. 경쟁사들의 투자확대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는 이유는 성장중인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대규모 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인데요. 

삼성은 어떤 배경에서 이처럼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일까요. 

투자는 할 계획인데…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거듭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삼성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계획을 확인한 바 있는데요. 당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이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170억달러(2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언급한 것입니다. 

투자 규모는 사실 올해 초부터 알려진 내용입니다. 게다가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증설하는 방안인지,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인지는 여전히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사업자인 대만 TSMC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는 상황에서 말이죠. 지난 1분기 TSMC의 점유율은 직전분기 54%에서 55%로 커졌고, 삼성은 기존 18%에서 17%로 작아졌습니다. ▷관련기사: 더 앞서가는 TSMC…주춤하는 삼성전자(6월2일)

국내 사업자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하기 위해 설비증설,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삼성SDI도 유사한 상황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제2합작공장 건설에 나섰고, 현대차와도 인도네시아에서 JV 설립을 준비중이죠.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섭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합니다. SK-포드는 미국 공장 투자에 약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죠.

미국 전기차 시장은 2025년 420만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인데요. 경쟁사는 이같은 유망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양새죠.

하지만 삼성SDI는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미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게 전부입니다. 이른바 '검토중'이라는 말은 최근 경쟁사들의 새로운 투자 소식이 나올 때 삼성SDI가 반복했던 표현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현재까지 실제 추진된 내용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죠.

물론 삼성SDI도 올해 초 헝가리 공장 증설에 9421억원을 추가 투자했지만, 이 소식에도 호들갑스럽지 않습니다. 현지법인 관련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지급보증한다는 공시를 종합해야 겨우 파악되는 투자 소식이었습니다.

/사진제공=삼성SDI

왜 삼성만 조용할까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최대 수익원이고, 전기차 배터리는 친환경 트렌드 속에서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도 꼽힙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삼성SDI에서 과감한 의사결정이 나오지 않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됩니다. 사업적 이해득실을 꼼꼼하게 따지는 점, 최종의사결정권자의 부재입니다.

우선,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더 나은 세제혜택, 입지 조건 등을 면밀히 검토중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공장이 있는 오스틴 지역 외에도 다른 지역의 세제 혜택, 미국 연방정부의 제안 등을 모두 검토하고 최적의 조건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데다 실제 공장가동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만큼 첫삽을 뜨는 일은 신중할 수밖에 없죠.

삼성SDI도 사업적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굳이 미국 현지 공장을 설립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측면도 있습니다. 삼성이 생산하는 배터리 유형이 각형과 원통형이기 때문인데요. 삼성이 독자 생산한 뒤 해외 고객사에 납품할 수 있는 유형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삼성은 미국에 공장이 없는데도 원통형을 미국 테슬라, 리비안에 공급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반면, LG와 SK의 주력 모델은 파우치형입니다. 파우치형은 전기차 모델에 맞춰 형태를 유연하게 변경 적용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그러니 전기차 생산 초기부터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이런 점에서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판 모양입니다. 물론 삼성SDI의 경우에도 CEO가 미국 투자를 언급한 모습을 보면 전혀 투자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의 새로운 투자가 나오지 않는 다른 이유로 '최종의사결정권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가 꼽힙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판단은 '시스템의 삼성'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이유에서죠.

다만 삼성은 그동안 투자 결정이 미뤄지는 이유로 이 부회장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개최한 4대 그룹 오찬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이를 인정했습니다. 김 부회장이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하면서죠.

앞으로 변수는, 법의 판단이 무엇보다 기본이겠지만 여론과 정치적 판단도 상당 부분 작용할 전망입니다. 사면권을 실행할 수 있는 청와대부터 이같은 의견을 연일 듣고 있으니까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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