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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날 걱정없는 전기차 'K-배터리'를 향해…

  • 2021.06.27(일) 09:00

[테크따라잡기]
잇따른 화재 막으려면…분리막 기술 '관건'
폭탄 50개 견디는 곳에서 안전 검증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전기차에서 자꾸 불이 난대요. 그래서 2차전지(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현대차의 대표적 전기차 '코나'에서 또 불이 났다는 소식도 전해졌죠.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 근교에 주차된 같은 차종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해요. 지난 18일에는 충남 보령에서도 주차된 코나에서 불이 났다네요.

이 배터리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코나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로 홍역을 치른 바 있어서 충격이 더 큰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코나 화재와 관련해 5550억원의 리콜 비용을 회계적으로 반영하면서 작년 말 LG화학에서 분사한 첫해부터 적자를 기록해야 했어요. ▷관련기사: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첫해 적자-현대차 16년만에 '바닥'(3월10일)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글까요. 전기차 시장은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과 맞물려 급성장하고 있어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는 2019년 대비 13.7% 감소한 8091만대였는데요. 같은 기간 전기차는 전년대비 44.6%가 증가해 약 300만대가 팔렸다고 해요. 성장성이 눈에 띄죠.

이 같은 전기차의 성장에 따라 배터리와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스마트폰이 배터리가 없으면 쓸 수 없듯이, 이동성이 핵심인 전기차도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죠. 하지만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 무서워서 누가 전기차를 타겠어요.

전기차에는 스마트폰 약 4000개 분량의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해요. 그런데 사람이 탑승하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불이 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이유에요. 

수년 전에는 BMW 같은 내연기관차에서도 불이 자주 나고 그랬으니, 차량 화재가 전기차 배터리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말이에요. 아무튼 배터리 업체들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이에 앞서 전기차 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원인부터 살펴보기로 해요.

전기차 배터리, 왜 불이 나요?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 등 4개 요소로 구성됐어요. 특히 양극과 음극 사이에 '분리막'이 있어요. 이것이 두 극판이 직접 접촉되는 것을 막죠. 하지만 외부 충격을 받으면, 분리막이 손상될 수 있어요. 이에 따라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고 강한 에너지가 발생하죠. 

이 에너지로 인해 배터리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 그 열이 배터리, 모듈, 팩으로 확산하면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야말로 '불자동차'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무엇보다 안전 운전이 중요해요.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배터리 소재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실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진다면 배터리의 구조적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에요.

또 하나는 충전이 넘치게 될 경우에요. 전지가 모두 충전되면(완충 표시가 되더라도 안전을 위해 정말 100% 충전은 아니라고 하네요) 더이상 전압이 가해지지 않아야 하는데 기기 오류로 과충전되면 과열로 인해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완충되면 제때 충전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소방당국은 강조하죠. 

한 연구원이 분리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SDI

분리막 기술이 관건

예방 차원에서 배터리 자체를 잘 만들면 되지 않냐고요? 그래요. 앞서 말씀드린 '분리막'을 통해 상당 부분 화재를 예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분리막은 얇을수록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는 특징이 있어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요. 분리막이 얇고 균질해야 리튬이온이 활발하게 전지 안을 이동할 수 있고, 이렇게 이온 이동이 쉬워야 배터리 출력이 높아져서예요. 충전 속도도 빨라지죠. 

하지만 얇은 분리막은 열에 취약하죠. 배터리가 과열되면 얇은 분리막은 쉽게 쪼그라들고, 양극재와 음극재를 직접 닿지 않게 하는 역할도 못하게 돼요. 그러니 얇고 튼튼한 분리막을 만드는 게 관건이에요.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만드는 분리막이 적용된 배터리에서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랑하기도 했어요. ▷관련기사: "우리 배터리가 불나지 않는 이유요?"(6월10일)

경쟁사들은 SK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규모가 자사보다 작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해요. 하지만 SK가 어떤 기술을 적용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해요.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는 원인이 구체적으로 어쨌든 전기차 화재 사고를 겪었으니까요.

SK 분리막 기술의 핵심 중 하나는 '축차연신'. 점도 높은 반죽 형태의 분리막 원료를 얇은 필름으로 펼치는 공법이에요. CCS(Ceramic Coated Separator) 코팅 기술도 적용했어요. 세라믹 돌가루를 분리막에 얇게 펴 바르는 기술이죠. 분리막 형태가 쉽게 변형되지 않고, 외부 압력에도 잘 견딜 수 있게 해요. 두루마리 휴지를 지그재그로 말아서 쌓는듯한 공법도 동원해요. 

삼성SDI의 안전성 평가동./사진제공=삼성SDI

가혹한 안전 테스트…자동 진단 기술도

배터리 업체들은 안전성 테스트도 음극과 양극 접촉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요. 삼성SDI의 경우 여러 가지 극한 상황을 예측해 10가지의 안전성 평가를 진행하죠. 테스트는 △압축 △관통 △낙하 △진동 △과충전 △단락 △고열 △열충격 등이래요.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고려한 테스트도 한다네요. 사고에 따른 물리적 충격을 가정해 관성과 전복 테스트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자동차가 급정거하는 상황에서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들이 관성에 의해 내부 구성물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자동차가 사고로 전복돼 배터리가 뒤집히거나 회전할 때 안전성을 검증하는 겁니다.

심지어 삼성SDI는 TNT(강력 폭약) 50개가 동시 폭발해도 견딜 수 있는 '안전성 평가동'에서 안전성을 테스트한다고 해요. 이 평가동은 특수 콘크리트를 사용해 벽 두께만 40cm에 달한다고 하네요. 

LG에너지솔루션은 크게 3가지 축으로 안전성을 높다고 해요. 첫 번째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통해 문제가 있는 셀이나 팩이나 배터리에 대해 이상 상태를 빠르게 진단하는 기술이에요. 두 번째는 생산 과정에서 품질관리 기준을 높이고, 저전압 같은 셀 품질 문제에 대한 검출력을 높이는 자동화 기술을 갖추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셀과 모듈 또는 팩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설계 강건성을 높이는 형태로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셀, 모듈, 팩으로 판매하는 경우마다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더욱 개선하는 방향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각국 완성차 업체나 정부에서 국내 배터리 3사에 러브콜을 계속 보내는 점을 보면 '안전한 전기차'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 SK는 포드와 손잡고 LG는 과거에 손잡은 GM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잖아요. 삼성도 영국, 헝가리 정부의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안전성을 더욱 높여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더욱 인정받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불 나는 전기차가 아니라, 불티나게 팔리는 전기차 배터리로 말이죠.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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