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신약 개발 발목 잡는 '보험급여 적용'

  • 2021.07.06(화) 09:58

'허가+급여' 패스트트랙…수혜는 극소수
급여 등재에 수 년…선급여-후평가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아무리 혁신적인 의약품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특히 고가에 해당하는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들은 비급여 처방시 연간 약값으로만 수 천만원이 들어간다.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비에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 치료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는 의약품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만큼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보험급여 적용은 중요하다. 

올해 국내에서 허가받은 의약품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SK케미칼이 기술수출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성분명 로녹토코그알파)다. 

렉라자는 지난 1일자로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이전에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이다. 렉라자는 지난 1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지 6개월여 만에 급여가 결정된 셈이다. 

*EGFR-TKI: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의 내성 변이로 인한 표적치료제. 단클론 항체(암세포의 특정 항원만 공격)와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해 티로신 키나제(tyrosine kinase)의 활성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를 말한다.

**T790M 돌연변이: T790M 돌연변이​는 표적치료제 내성으로 인한 돌연변이의 한 종류로, TKI 저항성을 갖고 있다. EGFR 돌연변이 환자의 약 50%에서 발견된다.

렉라자의 80㎎ 1정당 상한금액은 6만8964원이다. 1일 1회 용량 240㎎ 3정으로 계산하면 20만6892원, 비급여로 처방 시 연간 약값은 7551만5580원에 달한다. 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본인부담금은 5%로 낮아졌다. 연간 약값은 377만5779원으로 대폭 감소하게 됐다. 

SK케미칼이 호주 제약기업에 기술수출했던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도 지난달 1일부터 보험급여 대상에 올랐다. 앱스틸라는 지난해 1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외래환자 기준 1회 투여용량 20~25IU/㎏(1킬로그램 당 아이유), 중등도 이상 출혈일 경우 최대 30IU/㎏까지 투여 받을 수 있다. 투여횟수는 첫 내원 시 4회분, 두 번째 내원 시 3회분(중증 4회분)까지 인정된다. 매 4주 총 7회분(중증 8회분)까지 인정된다. 상한금액은 IU당 625원이다.

'앱스틸라'를 비급여로 처방받을 경우 연간 약값은 8400만~1억원 정도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연간 약값이 500만~600만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렉라자의 경우 허가부터 급여등재까지 6개월이 소요됐다. 앱스틸라는 1년 3개월이 걸렸다. 렉라자는 임상3상 제출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허가를 받은 후 초고속으로 보험급여에 등재됐다.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패스트트랙)'를 활용한 덕분이다.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는 의약품의 허가 신청과 급여평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제도다. 

과거 우리나라의 신약 등재 소요기간은 평균 2년이었다. 수년간 OECD 국가 평균 8개월에 근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왔다. 대표적인 게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다. 하지만 여전히 패스트트랙 등 허가나 급여평가 관련 제도의 수혜를 입은 의약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약 10개 중 5개는 급여등재에 최소 3~4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 등재 절차는 △제약사에서 급여적정성 평가를 신청 △건강보험심상평가원에서 급여적정성 평가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 등을 거치게 된다. 여기서 급여적정성 평가와 약가 협상에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우려해 급여평가와 약가협상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등 의약품마다 약가협상과 급여평가에 소요되는 기간이 천차만별"이라며 "과도하게 보수적인 보험급여 평가기준 때문에 급여 결정이 늦어지고 결국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탓에 신규 보험급여 등재 외에도 이후 급여확대도 어렵다. 제약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일부 감수하고라도 급여등재 기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리스크를 일부 부담하는 위험분담제(RSA) 등과 연계해 먼저 급여를 적용하고 사후평가를 진행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늘리기 위한 측면에서 다양한 방면으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