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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WF-1000XM4①앱등이 마음을 뺏다

  • 2021.07.06(화) 17:11

'헤드폰 넘어선다'는 소니 새 무선이어폰
LDAC 첫 지원…'넘사벽' 음질 그리고 노캔

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편집자]

소니 WF-1000XM4. /사진=백유진 기자 byj@

소니는 전자제품 시장에서 오래도록 익숙한 브랜드다. 하지만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소니가 두각을 보인 시장은 오히려 무선 헤드폰이었다.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인 'WH-1000XM4'은 국내 무선 헤드폰 시장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이 분야 대표다. 

소니가 약 2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무선 이어폰은 자사의 무선이어폰 전작, 혹은 경쟁사 제품보다 나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신작 'WF-1000XM4'는 자사의 베스트셀러 무선 헤드폰 WH-1000XM4를 따라잡겠다는 목표 아래 개발됐다. 음질이나 노이즈 캔슬링 등 기능적인 측면에서 무선 이어폰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부피 큰 헤드폰 수준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대여해 일주일간 사용해 본 결과, 소니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애플의 에어팟이 장악하던 무선 이어폰 시장의 지각 변동 가능성마저 기대될 정도다.

앱등이인데…아이폰이 싫어졌다?

WF-1000XM4는 소니에서 "이 갈고 만든 제품"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노이즈 캔슬링, 디자인 등 다양한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음질이다. 그동안 다양한 무선 이어폰을 사용해보고 후기를 썼지만, 이어폰 음질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소위 '막귀'라 음질에 대한 내용은 크게 다루지 않았었다.

하지만 WF-1000XM4를 사용해보니 음질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다루고 싶어졌다. 오디오 코딩 기술인 'LDAC(엘덱)' 때문이다. 소니는 블루투스 송수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손실 때문에 유선과 동일한 수준으로 음악을 감상하기 어려웠던 무선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개발한 것이 LDAC이다.

소니 WF-1000XM4. /사진=백유진 기자 byj@

LDAC은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무선 이어폰·헤드폰 제품에서도 음원 손실 없이 높은 수준의 음질을 구현해주는 소니 고유의 오디오 기술이다. 기존 블루투스 오디오 대비 약 3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한다. 

소니는 LDAC 개발 초기 소니 제품에만 코덱을 지원했지만, 2017년부터 안드로이드에도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소니의 무선 이어폰을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LDAC을 사용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WF-1000XM4는 소니 무선 이어폰 최초로 LDAC을 지원한다. 소니 헤드폰 커넥트 앱을 설치해 블루투스 연결 품질을 '음질 우선'으로 변경하면 된다. 아이폰 유저인 기자는 LDAC을 체험해보기 위해 방 한구석에 있던 갤럭시 스마트폰을 꺼내야 했다. 안 쓰던 폰을 충전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과정은 꽤 번거로웠다. 하지만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모든 불만이 사라졌다. 자타공인 막귀지만 전에 사용하던 제품들과는 차이가 확연했다. 

소니 WF-1000XM4(왼쪽)와 애플 에어팟 프로(오른쪽). /사진=백유진 기자 byj@

평소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면서 음질에 큰 불만이 없었는데, WF-1000XM4는 '귀에 때려 박는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평소 즐겨듣던 음악을 들어도, 그 안에서 새로운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노이즈 캔슬링으로 전환할 때 나오는 알림음도 귓속에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전통 강자'의 기술력이란 이런 것이었다.

다만 LDAC을 사용하면 블루투스 연결이 다소 불안정해지는 측면이 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이 모드를 사용했더니 음악이 가끔 끊겼다. 그런들 어떠한가. 나만의 콘서트장은 나 홀로 있는 내 방으로도 충분했다. 

헤드폰급 넘사벽 '노캔'

소니의 기술력은 노이즈 캔슬링에서도 도드라졌다. WF-1000XM4의 소음 제거 성능을 완성한 것은 새롭게 개발한 통합 프로세서 'V1'이다. 소니에 따르면 V1은 전작에 탑재된 HD 노이즈 캔슬링 프로세서인 'QN1e'를 응용하고 최신 블루투스 오디오 시스템온칩(Soc)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전작 대비 적은 전력을 사용해도 더 높은 수준의 소음 제거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소니 WF-1000XM4를 착용한 모습. /사진=백유진 기자 byj@

배터리 지속시간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이어버드와 충전 케이스를 작게 만들 수 있던 것도 이 프로세서 덕분이다. WF-1000XM4는 노이즈 캔슬링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최대 8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한데 이어버드는 전작 대비 약 10%, 충전 케이스는 전작 대비 약 40% 작아졌다. 특히 충전 케이스는 전작에 비해 절반 가까이 부피가 줄어 휴대성 측면에서 크게 개선됐다.

프로세서에 대한 복잡한 성능은 뒤로 하고, 실제 제품을 사용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헤드폰의 경우 귓구멍만 막는 이어폰에 비해 귀를 전체적으로 막아주기 때문에 노이즈 캔슬링이 잘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어폰인 WF-1000XM4의 경우 헤드폰 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년 가까이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고 있어서 비교가 더 확실히 됐다. 

소니 WF-1000XM4. /사진=백유진 기자 byj@

노이즈 캔슬링은 외부 마이크로 들어온 소리의 반대 파형을 쏴줘서 소음을 상쇄시키는 원리다. 소리의 저주파는 주기가 길고 진동 속도가 느려 반대 파형을 쐈을 때 많은 부분이 상쇄되는데, 고주파는 주기가 짧고 진동 속도가 빨라 이를 완전히 상쇄하기 어렵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저음의 부드러운 저주파는 잘 막아주지만 높고 날카로운 고주파를 잘 막아주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WF-1000XM4은 낮은 대역뿐만 아니라 높은 소음도 잘 막아줬다. 에어팟 프로는 지하철 소음은 어느 정도 막아내도 안내 방송은 꽤 들리는 편이었다. 그러나 WF-1000XM4는 이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귀에 딱 맞는 이어버드 팁과 신형 칩, 그리고 고성능 듀얼 노이즈 센서 마이크가 주위 배경 소음을 포착해 왜곡 없이 안정적인 소음 제거 성능을 구현한 덕이다.

이는 통화 시에도 적용됐다.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로 통화했을 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면 주변음이 차단돼 상대방의 음성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무선 이어폰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통화 품질은 다소 아쉬웠다. 조용한 환경에서는 무난했지만, 차 소리가 아주 시끄러운 곳에서는 상대가 통화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변 소음이 목소리가 묻힌다는 반응이 공통적이었다.

소니 WF-1000XM4. /사진=백유진 기자 byj@

소니에 일주일간 대여했던 WF-1000XM4를 반납한 지 며칠이 지났다. 지금은 평소 사용하던 에어팟 프로를 쓰고 있다. 전자 기기는 한 번 고사양을 경험하면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앱등이'(애플 애호가)인 기자가 다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게 된다면 가장 큰 이유는 소니 무선 이어폰 때문일 것이다. 그 전에 애플에서도 LDAC가 지원되길 바라본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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