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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울든 웃든 삼성디스플레이 '웃는' 이유

  • 2021.07.16(금) 06:20

[워치전망대]
2Q 호실적, 애플 보상금 8000억원 효과
아이폰12 흥행에도 '미니' 부진 덕에 보상
아이폰13 예상물량 많지만…LGD·BOE 분산

삼성전자가 올 2분기 시장 기대치를 넘어선 깜짝 실적을 내놨다. 실적 호조 요인으로는 반도체 부문 수요 회복과 함께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애플로부터 받는 보상금이 일회성 수익으로 반영된 영향이 꼽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부터 애플에서 받는 보상금 덕에 비수기인 2분기에 적자를 피하고 있다.

3분기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이 공개되는 시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더 나은 실적이 예상된다. 특히 애플이 아이폰13에 대한 초기 주문량을 늘리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양도 늘어 실적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다.

또, 빛 발한 '애플 보상금'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는 매출액 63조원, 영업이익 1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8.9%, 영업이익은 53.4% 늘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다.▷관련기사: 삼성전자, 반도체 살아나니 '실적 반짝반짝'(7월7일)

잠정 실적은 결산 종료 이전 편의를 위해 공개하는 것이라 부문별 실적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두 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2분기 깜짝 실적을 이끌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호실적에는 디스플레이 부문의 일회성 이익이 예상보다 많은 8000억원 반영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실적 발표 이후 발표된 10개 증권사의 리포트를 종합(평균)해보면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액은 6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2400억원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률 예상치는 18.9%로 역대 4분기 중 가장 높았던 작년 4분기보다도 높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던 디스플레이 부문의 일회성 수익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일회성 이익'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은 애플에서 받은 보상금 규모를 말한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보상금을 지급한 것은 올해까지 3년째다. 애플은 지난 2019년부터 매해 2분기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1조원 안팎의 보상금을 줬다. 2년 동안 애플이 지급한 보상금만 2조원에 달한다.

애플은 2017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X 출시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와 패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 A3 공장에 애플 전용 라인을 구축했다. 일반적으로 애플은 생산 계약 체결 시 생산시설 증설을 위해 투자를 진행하는데, 삼성디스플레이는 A3 공장에 자체적으로 10조원을 투자했다. 

2016년 다년 계약 체결 당시 양사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직접 전용 설비를 갖추는 대신, 애플은 최소 생산량을 보장하지 못하면 위약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진다. 생산량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애플 협력사 중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2분기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 약 900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휘어지는) OLED를 탑재한 아이폰XS 맥스와 아이폰XS의 인기 부진 탓이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보상금 덕분에 적자를 면했다. 2019년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7500억원이었다. 보상금이 없었다면 1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뻔했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작년 2분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를 채택한 아이폰11 프로 모델이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보상금 규모가 1조원을 넘겼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작년 2분기 실적은 3000억원이었다. 애플의 보상금 덕에 7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면한 것이다.

올해 역시 애플 보상금이 삼성디스플레이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됐다. 다만 지난 2년과 다른 점은 보상금을 제외해도 영업이익이 적자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인 1조2400억원 중 올해 애플의 보상금 규모로 예상되는 8000억원을 제외하면, 4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보상금을 받았다는 것이 삼성디스플레이에 완전히 호재라고 볼 수 없다. 보상금은 피해를 어느 정도 보전해주겠다는 의미다. 아이폰12 미니가 기대만큼 팔렸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더 큰 이익을 봤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아이폰12 잘 팔리는데 왜?

올해의 경우 애플의 보상금이 다소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2가 흥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12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출시 7개월 만인 지난 4월 1억대를 넘어섰다. 이는 아이폰11 시리즈보다 2개월 앞선 기록이다. 4G로 처음 전환하면서 판매량 '슈퍼사이클'을 이끈 아이폰6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애플이 올해도 보상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아이폰12 시리즈 중 유일하게 부진했던 '아이폰12 미니' 모델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2 미니에 적용되는 5.4인치 OLED 패널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아이폰12 미니. /사진=애플 유튜브

아이폰12 미니는 첫 출시 당시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현저하게 적은 배터리 용량 등으로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아이폰12 시리즈의 경우 유독 고사양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아이폰12 출시 후 7개월간 소비자가 가장 선호한 모델은 아이폰12 프로 맥스로, 전체 판매량의 29%를 차지했다. 전작인 아이폰11 시리즈 당시 프로 모델의 판매 비중 25%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북미 시장의 경우 올 4월까지 판매된 아이폰 판매량 중 아이폰12 프로 맥스의 판매량이 40%에 달했다. 카운터포인트 측은 "아이폰11 프로 맥스와 동일한 가격임에도 향상된 기능 및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프로모션 덕에 아이폰12 프로 맥스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며 "작년 12월 이후 북미 시장 내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로 자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이폰12 미니는 단종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2 미니의 생산 계획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주요 부품 공급업체에 통보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아이폰 생산량은 작년 12월 계획 대비 20% 감소했는데, 이 감소분의 대다수가 아이폰12 미니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JP모건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12 미니의 매출 비중이 전체 아이폰의 5% 수준에 머물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외신 맥루머스가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12 미니 생산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후속 제품을 출시하기 전 전작 생산을 중단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이폰13는 흥행 예감…끝까지 웃을까

3분기는 애플이 아이폰13 흥행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4일(현지시간 기준) 블룸버그는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 9000만대 생산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수년간 애플이 아이폰 신모델 초도 물량을 7500만대로 잡은 것에 비하면 20% 늘린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돼 경제 활동이 활성화 되는 시점에서 출시되는 신형 아이폰이라는 점에서 애플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제재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위축된 상황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신형 아이폰 생산량 증가로 OLED 패널의 초기 주문량 역시 기존보다 20% 확대된 1억2000만대 분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7000만대, 5000만대 분을 공급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애플이 자신하는 대로 아이폰13이 흥행해도 실적이 개선되고,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이에 대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상금이 언제까지 주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일회성 수익에 대한 의존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약 당시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형태라 협상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보상금 내용을 넣었지만, 애플이 공급사를 늘리면 보상금이 사라질 수도 있어서다.  

실제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LG디스플레이와의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해 전체 아이폰에 사용된 OLED 패널 중 삼성디스플레이의 비중은 78% 수준이지만 올해는 60%까지 줄어들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입지는 확고하다. LG디스플레이가 수율을 개선하면서 애플향 패널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기업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도 애플에 패널을 공급하고 있지만, 아이폰 교체용(리퍼비스) 일부 물량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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