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동시에 교체하면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선다. 상사의 심한 괴롭힘으로 발생한 직원 자살의 책임을 물어 한성숙(54) 대표가 2년이나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기로 했으며 박상진(49) CFO도 자리를 내놓기로 했다.
대신 올해로 40세에 불과한 최수연 책임리더(사업지원)에게 새로운 수장 자리를 맡기고 과업인 글로벌 사업을 책임지게 했다. 또 다른 '젊은 피' 김남선 책임리더(재무)에게 회사 '안살림'을 맡게 했다. 이들 모두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핵심 경영진의 완벽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17일 네이버는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 책임리더(40)와 김남선 책임리더(43)를 각각 CEO와 CFO 내정자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네이버는 차기 CEO와 CFO 내정을 마무리하고 경영 쇄신을 위한 다음 단계로 돌입한다. 두명의 내정자는 '네이버 트랜지션(Transition) 테스크포스'를 가동해 글로벌 경영 본격화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조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네이버 이사회와 경영진은 차기 CEO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자격 요건을 재정립하고 이에 맞는 후보를 추천하고 검증해왔다. 이번에 100여명의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선발된 이들 두명의 내정자는 무엇보다 글로벌 역량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9월말 기준 네이버 C레벨 임원은 총 9명, 총괄리더는 2명, 책임리더는 무려 107명에 달한다. 두명의 내정자는 책임리더 가운데서도 나이로 젊은층에 속하고 근속연수도 그리 길지 않다. 최 CEO 내정자는 2005년에 입사(2009년까지 근무)한 이후 법무법인 율촌 등에서 활동하다가 2018년 다시 네이버로 복귀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네이버에서 근무한 기간은 고작 6년 정도에 그친다.
무엇보다 기존 경영의 안정성을 따른다면 C레벨이나 CIC 대표 중에서 CEO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대대적인 '쇄신'에 방점을 둔 만큼 파격 인사를 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앞서 네이버의 새로운 CEO로 물망에 오른 후보로는 박상진 CFO와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김승언 아폴로CIC 대표, 이윤숙 포레스트CIC 대표, 정석근 클로바CIC 대표 등이 오른 바 있다.
두명의 내정자 모두 해외 로스쿨을 졸업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최 내정자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마친 후 하버드 로스쿨에서 LL.M 과정으로 1년간 세부전공 트레이닝을 받았다.
김 내정자 역시 서울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라자드 투자은행(IB)부문 부장, 모건스탠리 IB부문 상무, 맥쿼리 한국PE 총괄 전무 등을 역임하며 IB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이들이 네이버에 합류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최 내정자는 2019년 11월 글로벌사업지원 리더로 입사해 네이버 해외업무를 2년여간 맡았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8월 네이버에 입사해 사업개발, 투자 및 인수합병(M&A) 업무를 총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와 이마트·신세계 지분 교환 등 빅딜을 주도해왔다.
네이버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위해 해외 경험이 많은 젊은 인재를 리더십 전면에 내세웠다고 밝혔다. 네이버 이사회는 "그간 최 내정자가 다양한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며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 회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 및 해당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김 내정자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의 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진 GIO는 40대 초반의 젊은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 사망 사건 이후 이 GIO는 전 직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 회사를 이끄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경영진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최고경영진 인선 외에도 내부 경영쇄신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 두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NAVER Transition TF'가 가동된다. TF는 글로벌 경영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고 조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한성숙 대표와 박상진 CFO 등 기존 임원의 거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내년 3월 임기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돕고, 이후에도 네이버 안팎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네이버가 글로벌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날 21만4310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1주당 가액은 100원으로, 소각 예정 금액은 869억270만원이다. 네이버의 자사주 소각은 두 번째다. 네이버는 지난해 1월에도 주가 방어·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55만주의 자사주 소각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