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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구광모·구본준, 지분정리 언제 할까

  • 2021.11.23(화) 07:50

조카-숙부, 기존지분 보유…계열 분리 '미완성'
양측 지분가치 차이 '난제'…내년초 마무리할듯

헤어졌어도 헤어진 게 아닙니다. LG그룹과 LX그룹이 그렇습니다. 지난 5월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홀딩스가 LG그룹에서 독립했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는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조카인 구광모 LG 회장이 가진 LX홀딩스 지분과 숙부인 구본준 LX 회장이 가진 ㈜LG 지분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양측이 서로 보유한 지분 가치의 차이가 크다 보니 마무리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이들의 분리는 해를 넘길 전망입니다.

하지만 계열 분리가 더 지지부진해질 경우 사업 협력 사례가 많은 양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규제 리스크(위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분리 선언했지만, 분리 아니야

LG그룹 지주사 ㈜LG의 3분기 보고서 '계열회사현황' 항목에는 LX홀딩스,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판토스 등이 여전히 포함돼 있습니다. LX홀딩스는 지난 3월 열린 ㈜LG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로 설립된 신설 지주회사죠. 지난 5월 공식 출범하면서 당시 LG상사(LX인터내셔널), LG하우시스(LX하우시스), 실리콘웍스(LX세미콘) 등을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이들은 사명 앞에 LX를 붙이면서 새 출발을 했습니다. ▷관련기사: '미래연결' 위한 대항해…구본준호 'LX홀딩스' 출항(5월3일)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여전히 LG그룹 계열이죠. 이는 구광모 LG 회장과 구본준 LX 회장이 양측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분리 승인이 이뤄지는 조건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구광모 회장은 숙부의 LX홀딩스 지분을 15.95% 갖고 있고, 구본준 LX 회장의 경우 조카의 ㈜LG 지분을 7.72% 갖고 있습니다. 두 회장의 지분율 변동은 신설지주 설립 이후 3분기말까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3%'에 맞추기 위해 지분을 맞교환(스와프)할 수도 없습니다. 양측이 보유한 ㈜LG와 LX홀딩스 지분가치 차이가 엄청나서죠.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 가치는 18일 종가 기준 1082억원 수준인 반면, 구본준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가치는 1조1267억원에 달합니다.

해 넘겨 분리 안 하면…

양측의 지분 정리는 일단 올해를 넘기고, 내년 1~2월에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공정위가 규제 대상 대기업 집단을 지정해 공표하는 게 매년 5월이라는 배경이 있습니다. 공정위의 심의 기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2~3월 안에는 계열분리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LG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지분이 정리된 이후 공정위에 독립경영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최대 90일 이내 심의결과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당시에도 "현황을 고려했을 때 승인이 연내 이루어질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분리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LX그룹이 여전히 LG그룹에 속하기 떄문에 경쟁당국의 대기업 규제가 계속 지속됩니다. 상호출자금지 등 출자 규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 등 행태 규제 외에도 △기업집단 현황 공시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공시 △대규모 내부거래 의결 공시 등의 의무 부담을 지게 됩니다.

LG그룹과 LX그룹 계열회사간 거래는 여전히 활발한 상황인 까닭에 이런 규제들은 불편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말 ㈜LG가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을 보면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전자는 LX하우시스,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등과 얽히고설켜 상품·용역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X세미콘과 LG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거래 규모만 1161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LX세미콘 2분기 매출액 4493억원의 약 26%입니다. 특히 물류회사인 LX판토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2조7284억원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가 약 1조8000억원으로 66%를 차지합니다. ▷관련기사: [구본준 분가]판토스, LG '일감몰아주기' 논란 종결(2020년 11월27일)

이런 배경들이 내년 5월 기업집단 지정 전까지 계열 분리가 마무리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습니다. 분리가 마무리 돼야 규제도, 외부의 따가운 시선도 피할 수 있으니까요. LG 관계자는 "지분 정리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개할 것"이라며 "오버행(잠재적 과잉 매도 물량) 이슈 등이 없도록 방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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