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LG그룹에서 독립한 LX그룹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실적 향상을 이끈 것은 그룹의 주력인 LX인터내셔널과 신생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떠오른 LX세미콘이다. 특히 LX세미콘은 신설지주 출범 이후 두 분기 연속 호실적을 기록하며 LX그룹의 새로운 기대주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LG선 '듣보'였는데…실적 '존재감'
29일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LX홀딩스와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등 4개 자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470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분기 만에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5714억원)에 육박한 셈이다. 매출액은 6조1518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은 7.6% 수준이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5.4%였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관련기사: ①LX 달고 첫 성적표 "간판 바꿔도 잘 나간다"(8월23일)
특히 올 3분기에는 분사 전까지 그룹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과 LX MMA(LG MMA)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두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을 합치면 1748억원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의 실적(2096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LX세미콘의 3분기 매출액은 50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6% 늘어난 1290억원을 거뒀다. 작년 LX세미콘의 연간 영업이익이 942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 분기에 지난해 일 년 치 수익보다 많은 금액을 벌어들인 셈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25.5%로 상장 이후 처음으로 20%대를 넘겼던 지난 분기에 이어 또 한 번 20%대를 넘어섰다.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의 판매 가격 인상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동하는 핵심부품을 설계, 생산, 판매하는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회사다. DDI는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에서 디지털 신호를 수신해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이번 3분기 전체 매출액의 87.8%를 차지하는 등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분기의 경우 위드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TV 판매가 줄면서 LCD TV용 DDI 비중은 전 분기 대비 1%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아이폰13 신제품 출시 효과로 모바일용 DDI의 비중은 지난 2분기 25%에서 3분기 29%까지 늘었다.
LX MMA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LX MMA는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실적 발표를 하지 않지만, 지주사인 LX홀딩스의 분기보고서에 연결 실적이 반영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X MMA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474억원, 영업이익 13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LX MMA의 연간 실적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지난해 LX MMA(당시 LG MMA)의 연간 매출액은 5423억원, 영업이익은 775억원 수준이었다.
앞으로도 'LX' 이끌 주역
LX세미콘이 LX그룹에서 주력 사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계열 분리 당시에도 있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적 전망도 밝다. LX세미콘은 내년까지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DDI의 공급 부족이 지속하며 가격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부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전자기기 수요가 늘면서 DDI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 가격 상승세는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지난 2분기 기준 노바텍,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DDI 시장에서 점유율 10.7% 수준의 3위 기업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대형 DDI 가격은 8인치 파운드리 부족 사태 영향으로 10% 이상 재차 인상됐다"며 "특정 제품군의 DDI 가격 상승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제품의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증권가에서는 LX세미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LCD 패널에 적용되는 DDI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OLED TV에 공급되는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원석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WOLED TV 패널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OLED TV용 DDI 수요 성장의 가시성이 높아졌다"며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의 플렉서블 OLED 패널 양산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짚었다.
지난 9월 일본 법인을 설립한 것도 OLED 시장 확대의 일환이다. 업계에서는 LX세미콘의 일본 진출을 OLED TV 생태계 확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등 현지 TV 제조사들은 잇따라 OLED TV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LX세미콘은 현지 법인을 통해 현지 업체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전 분기에 이어 일부 제품에 대한 판가 인상 효과가 계속되고 OLED DDI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22% 증가해 호실적 견인할 전망"이라며 "내년에도 IT 패널용 신제품 출시, 중국 LCD 고객사 내 점유율 확대, 중국 고객사의 POLED 출하량 확대가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