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이 계속된 해였다. 바깥출입이 줄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전 시장은 의외의 호황을 누렸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이전에 없던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 한 해 화제가 됐던 신(新)가전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코로나19로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끽할 수 있는 가전제품의 수요가 증가했다. 대표적인 것이 태블릿PC다. 태블릿PC 시장은 코로나 이전까지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다시 성장세에 진입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대중화에 따라 TV보다는 태블릿PC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LG전자는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지난 7월 무선 프라이빗 스크린 'LG 스탠바이미'를 출시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태블릿과 모니터의 장점을 더한 신가전을 선보인 것이다.
내 맘대로, 어디서든 본다
스탠바이미는 '무선 프라이빗 스크린'이라는 수식어답게 어디든 옮겨가며 사용할 수 있고, 원하는 각도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하단에 바퀴가 달려 있어 이동이 가능하고, 내장 배터리를 탑재해 전원 연결 없이도 최장 3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인체공학 디자인으로 설계돼 원하는 각도로 쉽게 조정할 수 있다. 화면 좌우를 앞뒤로 각각 65도까지 조절하거나, 위아래로 각각 25도까지 기울이는 것이 가능하다. 누워서 화면을 보기에 용이하다. 시계·반시계 방향으로 각각 90도까지 회전할 수 있어 요즘 젊은 층들이 많이 보는 틱톡이나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등 세로 화면에 특화한 콘텐츠에 제격이다.
태블릿의 장점을 더해 손가락으로 화면 터치를 가능하도록 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직관적으로 제품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무료 채널 제공 서비스인 LG채널을 포함해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시청할 수 있다.
인터넷 웹 서핑이나 스마트폰 미러링을 통한 멀티미디어 활동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플랫폼 카카오웹툰을 론칭하는 등 고객 취향을 고려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연일 품절 행진…해외까지 공략
소비자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제품 공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예약판매에서는 사전에 준비한 200대의 물량이 1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같은 날 쿠팡에서 진행된 예약 판매에서도 준비 물량 100대가 완판됐다.
이후 판매 물량을 꾸준히 늘렸지만 수량이 풀릴 때마다 동나면서 품귀 현상을 빚었다. 온라인 중고시장에서는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LG전자 측은 이 같은 인기에 대해 "다양한 콘텐츠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집 안 원하는 장소로 간편하게 이동해가며 시청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나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려는 수요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다양한 공간에서 스크린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 인기의 비결이 된 셈이다.
깔끔한 디자인도 인기몰이에 큰 몫을 했다. 뒷면을 패브릭으로 마감해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영상을 시청하지 않을 때는 그림, 시계, 사진 등을 띄워 공간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오브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스탠바이미는 세계적 권위에 디자인상인 IDEA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금상을,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본상을 수상했다. 올해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LG전자는 국내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스탠바이미를 해외 시장에 출시키로 했다. 이달 홍콩을 시작으로 내달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국가로 해외 출시를 본격 확대한다. 베트남에서는 LG전자 온라인브랜드숍에서 예약 판매를 진행하는 중이다.
해외 출시를 앞두고 물량 확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TV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월 생산량을 출시 초기에 비해 3배 가까이 늘렸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이동이 자유롭고 화면의 높이·방향·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스탠바이미의 장점을 살려,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중·고등학생에게 제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내달 14일까지 사연을 접수해 20명에게 제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LG전자 측은 "거동이 불편한 학생들이 치료를 받거나 공부할 때 TV가 설치된 장소로 이동하며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스탠바이미를 통해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며 "병원치료로 장시간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학생들은 교육에 제한이 있는 경우도 많다"고 지원 이유를 설명했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은 "LG스탠바이미의 차별화된 폼팩터를 앞세워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