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LG전자가 지난 6월 새로운 콘셉트의 스크린 '스탠바이미 GO(고)'를 공개하며 '이동식 모니터'라는 신(新)시장을 열었다. 스탠바이미 고는 이동 편의성을 높인 모니터 '스탠바이미'가 인기를 끌자, 이동의 범위를 한 단계 발전시킨 파생 제품이다. 거실, 침실 등 기존 실내 공간뿐만 아니라 공원, 캠핑장 등 야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스탠바이미 고는 독특한 콘셉트와 활용성을 앞세워 출시 직후부터 캠핑족에게 인기를 끌었다. 지난 6월7일 첫 사전 판매 라이브 방송땐 초도물량이 10분 만에 동났다. 전작인 스탠바이미가 한 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도 빠른 속도다. 흥행 이유를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폭염경보가 내린 한여름 이었지만 글램핑장을 찾았다.
007가방 열어보니
스탠바이미 고의 외관은 얼핏 '007가방'을 연상시킨다. 다만 색상은 기본적으로 옅은 아이보리색이라 '007 요원'이라는 오해는 받지 않을 터다. 가방을 연상시키는 것은 케이스 상단의 손잡이다. 모니터지만 손잡이가 있어 들고 이동하기 편리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다만 묵직한 무게가 이 장점을 다소 상쇄한다. 스탠바이미 고의 무게는 12.7kg이다. 이동성을 강화한 제품치고는 무거운 편이다.
이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이유는 '내구성'이다. 야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보니, 외부 충격 등에서 모니터를 보호하기 위해 경량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에 따르면 스탠바이미 고는 미국 국방성 내구성 테스트(Military Standard)의 △저압 △고압 △저온 △먼지 △진동 △충격 △낙하 등 11개 항목을 통과했다.
케이스만 열면 켜져…90도까지 조절
손잡이 양쪽 버튼을 눌러 케이스를 열면 27인치 모니터가 보인다. 케이스를 열기만 하면 화면이 켜지고 꺼지기 때문에 따로 조립이나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화면은 케이스 안에 그대로 둔 채 활용해도 되고, 위로 올려 최대 90도까지 기울일 수 있다. 최대 18cm 내에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위치 조정이 편했다. 또 세로 영상을 시청할 때는 90도 회전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아쉬운 것은 화질이다. 스탠바이미 고는 해상도 1920X1080의 FHD LED 모니터다. 화면 주사율(1초에 화면이 몇 번 바뀌는지 나타내는 수치)도 60Hz(헤르츠)를 지원한다. 선명한 4K 영상, 120Hz 주사율에 익숙해진 요즘 소비자라면 아쉬울 만한 사양이다. 기존 출시했던 스탠바이미에 대해서도 "제품 화질이 아쉽다"는 평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케이스 내 모니터 하단에는 액세서리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덕분에 충전 케이블이나 리모컨을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제품 내부에는 내장 배터리가 탑재돼 있어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최장 3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다만 야외에서 사용하다 보면 3시간이라는 시간은 의외로 짧게 느껴졌다.
스탠바이미 고에 기본적으로 갖춰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다 보면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독자 스마트 TV 플랫폼 web(웹)OS(운영체제)를 탑재해 주변 기기 연결 없이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다양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화면을 눕혀 사용하는 테이블 모드로 두고 게임을 즐기니 시간이 '순삭(순간삭제)'됐다. 스탠바이미 고에는 체스, 숨은그림찾기, 카드 맞추기 등 간단한 보드게임이 내장돼 있어 2명 혹은 4명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 USB, HDMI 포트가 내장돼 있어 닌텐도 스위치 등 휴대용 게임기를 연결할 수도 있다. 스탠바이미 고가 있다면 캠핑 중 무료함을 느낄 일은 없을 것 같다.
실내서도 '불멍' 해볼까
야외뿐 아니라 실내에서 분위기를 낼 때 활용하기도 좋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테마 영상과 턴테이블 전용 스킨이었다. 스탠바이미 고에는 △따뜻한 벽난로 △해질녘 노을 △아침 햇살 △눈 내리는 산장 △바람 부는 테라스 등 8가지의 테마 영상이 있다. 따뜻한 벽난로로 테마를 설정하니 장작 타는 소리가 선명히 들리며 집에서도 '불멍(장작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하는 느낌이 났다.
또 디지털 턴테이블을 활용하면 LP 플레이어가 부럽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한 뒤 음악을 재생하면 LP 바늘이 자동으로 옮겨졌다. 음향 전문 브랜드 돌비의 영상기술인 돌비비전과 360도로 소리를 전달하는 입체 음향기술 돌비애트모스가 만족도를 높였다. 또 소리를 앞으로 모아주는 전면 지향형 스피커 덕분인지 출력(20W(와트)) 대비 음질이 더 좋게 느껴졌다.
제품 내 탑재된 인공지능(AI) 칩셋이 화질과 음향을 더욱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 그중 인공지능 공간인식 사운드 기능은 사용자 환경에 맞춰 소리의 방향도 조정해 준다.
예를 들어 스탠바이미 고는 모니터를 덮는 케이스 부분에 스피커가 있는데, 세로 모드일 때와 테이블 모드일 때 스피커가 가려지는 부분이 다르다. 이에 인공지능 사운드 프로 기능은 사용자가 어떤 모드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소리가 나는 부분을 변경해 최적의 사운드를 구현해 준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평소 캠핑을 즐기는 지인에게 "캠핑은 무료함을 즐기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무료함을 즐기는 것도 캠핑의 즐거움 중 하나겠지만, 스탠바이미 고를 활용해 자연 속에서 여러 콘텐츠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탠바이미 고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는 본격적인 캠핑의 계절이 오길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