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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임상실패 고배 마신 '안트로젠'의 대안은

  • 2022.01.27(목) 06:55

임상디자인 변경 등 미국서 유효성 입증 목표
씨에스케이 합병 통해 파이프라인 추가 확보
"줄기세포, 실패 리스크 큰 만큼 기회의 시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 잇딴 악재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가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안트로젠이 개발 중이던 당뇨병성 족부궤양(DFU) 치료제가 임상3상에 실패하면서입니다. 

안트로젠은 세포치료제 및 희귀의약품 전문 바이오기업입니다. 이번에 임상3상에 실패한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DFU-301'는 안트로젠의 줄기세포 기술 'ALLO-ASC'을 적용한 세포치료제인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난 2017년 7월 5일 국내 임상3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고 2017년 8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임상3상을 진행했습니다.

임상실패 후 주가 반토막…추가 임상서 유효성 입증 계획

그러나 탑라인 데이터 분석결과 1차 유효성 평가에서 임상시험용 의약품 투여 후 12주 동안 완전히 상처가 봉합된 대상자의 비율이 시험군과 대조군 간 유효성의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탑라인 데이터란 최종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 전 먼저 공개하는 일부 핵심 지표를 말합니다.

지난 21일 임상실패 발표 직후 안트로젠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장을 마감했고 3일 만에 주가는 반토막이 났습니다. 회사는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25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이번 임상결과와 실패 이유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안트로젠에 따르면 'DFU-301'는 줄기세포 배양에 사용하는 동물 유래 배지(먹이)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세포 효능이 약해져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동물 유래 배지는 제조공정상 불순물이 첨가될 수 있어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세포 효능이 떨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아직 대안은 있습니다. 다른 임상디자인으로 3상을 준비하고 있는 'DFU-302'입니다. 'DFU-302'는 'DFU-301'와 같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인데요. 다만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배지가 다릅니다. 'DFU-302'와는 달리 동물 유래 배지를 사용하지 않아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궤양 침투 정도에 따라 급을 나눈 2개 임상디자인으로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임상2상 2건을 진행 중입니다. 정제 과정을 생략하는 만큼 세포 효능도 저하되지 않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력제품 및 줄기세포 R&D 파이프라인 다수 보유

특히 안트로젠은 2개의 주력 판매제품과 개발 중인 6개의 파이프라인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크론병성 누공(fistula) 줄기세포치료제 '큐피스템주'와 스페인 제약기업 '페러 인터내셔널'과 독점 판매계약을 맺고 수입하고 있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레모둘린주'가 주력 제품입니다. 

안트로젠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들은 크론병, 퇴행성 관절염, 심재성 2도 화상, 수포성 표피 박리증, 힘줄손상 등을 적응증으로 모두 줄기세포 기술을 접목해 개발 중입니다. 이 중 수포성 표피 박리증 치료제는 지난 2015년 일본 이신(Ishin)제약에 기술수출해 일본에서 임상2상을 마치고 3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총 기술수출 계약규모 7500만 달러 중 현재까지 수취한 금액은 200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아울러 안트로젠은 지난해 12월 씨에스케이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요. 씨에스케이는 2019년 설립돼 대상포진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입니다. 안트로젠은 내달 21일 씨에스케이 흡수합병을 진행하면 대상포진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확보하게 됩니다. 

연구개발 투자로 '적자행진'…"성장 가능성 있지만 리스크도 커"

안트로젠은 다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 임상실패 소식을 전했던 바이오기업들과 재무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개 제품 판매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입니다. 안트로젠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56억원으로, 이 중 자사 제품 매출이 15억원에 불과합니다. 매출의 약 73%를 수입완제품인 '레모둘린'이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또 연구개발 투자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계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0억원과 4억원으로, 지난 2020년과 2019년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내달 흡수하는 씨에스케이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 악화될 예정인데요. 씨에스케이의 지난 2020년 매출액은 '0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원은 변동이 없지만 연구개발비 지출액은 더 커지게 됩니다.  

결국 다른 바이오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악재를 딛고 투자자들의 신뢰 및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에서 성과를 내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R&D 파이프라인들이 전임상, 임상1~2상 단계여서 최소 수년 이상이 걸릴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허가받은 줄기세포치료제는 아직까지 단 1개도 없을 만큼 개발이 어려워 실패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면서 "다만 미국에서 최초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는다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도 잠재된 시장"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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