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3차원가상세계)와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디지털트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디지털트윈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이나 시스템 등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교통 분야를 예로 들면, 자동차와 도로교통법 등을 모두 메타버스에 구현해 출퇴근 시간에 도로가 얼마나 막힐지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볼 수 있다.
디지털트윈은 교통, 의료, 도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최근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엔비디아, 아마존, 에릭슨, 노키아 등 글로벌 IT(정보통신) 기업은 이미 디지털트윈 개발에 나섰고, 우리나라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KT를 비롯한 기업이 관련 솔루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7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보고서(주간기술동향 2044호)에 따르면 디지털트윈은 최근 플랫폼 사업의 미래 신성장 동력원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트윈이란 오프라인 공간에 있는 사물이나 사람들, 제도 등을 가상환경에 그대로 옮기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교통량이나 물류 이동, 특정 소비자 집단의 동선 등의 데이터를 가상환경에 구현해 현 상황을 분석하고 전망치를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후 변화를 고려해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의 도착 시간을 예상하거나, 공장 설비에서 어떤 부품이 어느 시점에 마모될지 확인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트윈 기술은 사고 예방과 이상 예측, 운영 최적화 등을 도와 기업과 도시를 원활히 운영하는 데에 쓰일 수 있다. 그동안 디지털트윈은 단순히 모의실험을 하는 데에만 쓰였지만, 최근 인공지능과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5G 이동통신, 블록체인 기술 등이 더해지면서 이처럼 현장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세밀하게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실제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은 자사 제품 약 66만개를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해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한 바 있다. 항공기 엔진의 날개가 고장 날 것을 예측해 엔진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을 낮춘 것이다. 영국 정부는 노후화된 국가 기간시설물을 디지털트윈으로 가상세계에 구축해 연간 약 77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루츠 애널리시스'는 이런 장점을 앞세워 디지털트윈 시장이 2026년 33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35년엔 1153억달러 규모로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자 크고 작은 기업들이 디지털트윈 서비스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지난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트윈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새로운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도입해 '디지털트윈 지구'를 만들고 기후를 시뮬레이션해 기후변화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은 같은 해 개발자들이 빌딩이나 공장, 산업용 장비, 생산 라인 등을 쉽게 가상 환경에 구현할 수 있는 '트윈 메이커'와 자동차 제조기업이 차량 데이터를 실시간에 가깝게 클라우드로 수집·변환·전달할 수 있는 '플릿 와이즈' 서비스를 출시했다.
노키아는 VR기기를 통해 숙련공이 수습공에게 원격으로 업무 노하우를 전달해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습공은 기기를 착용해 매뉴얼과 함께 현장을 보면서 숙련공에게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에릭슨은 가상 공장을 만들어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해주는 서비스를 냈다.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KT 등이 디지털트윈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2016년 건물을 돌아다니면서 데이터를 수집해 디지털트윈 건물을 만들 수 있는 로봇 'M1'을 공개한 바 있다. 올해엔 'M2'를 선보이며 실외 데이터도 조사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디지털트윈 테크 컨퍼런스'에서 모바일 환경에 지도를 그려내는 디지털트윈 시스템 '아르고스'를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를 디지털트윈 제작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KT는 고속도로 간의 관계를 분석해 차량 흐름을 개선하는 솔루션 '트래픽 디지털트윈'을 올해 IT 전시회 'MWC 2022'에서 공개했다. KT는 해당 솔루션을 통해 교통 인프라 디지털 전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도시 교통 안전을 강화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보고서는 "최첨단 기술들이 디지털트윈에서 물리 공간과 가상 공간의 동기화를 만족시켜 간다"며 "최근 국제표준화도 추진되고 있어 메타버스 기술과 디지털트윈 기술에 의한 '유비토피아(IT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유토피아) 5.0'의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