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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염병 테마 이용하는 바이오사 꼼수 유감

  • 2022.05.30(월) 07:00

현대바이오, '원숭이두창' 치료제 개발 계획 발표
연구개발 대신 이슈 몰이…업계 신뢰도 저하 우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원숭이두창이 확산하면서 관련 제약바이오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4만450원이었던 HK이노엔 주가는 23일 17% 급등하며 4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도 대폭 늘었다. 20일 23만8510주였던 거래량은 23일 919만3777주에 달했다. 녹십자엠에스, 미코바이오메드, 파미셀 등도 마찬가지다. 포털 검색창에 원숭이두창을 입력하면 관련주가 가장 먼저 나올 정도다.

두창은 발열, 수포 등 병적인 피부 변화를 일으키는 급성 질환이다. 원숭이두창은 사람두창(천연두)과 바이러스 계통은 같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다고 알려졌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풍토병인데 최근 유럽·북미 등으로 전파 범위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19개국에서 131건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감염병의 등장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지난 40년간 감염 사례가 극히 드물었던 원숭이두창이 처음으로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다만 국내외 방역당국은 과도한 불안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숭이두창은 전파력과 변이 가능성이 낮아 억제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주가 부양을 위해 원숭이두창 이슈를 이용하려는 일부 업체다. 현대바이오는 24일 후보물질 'CP-COV03'을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사용하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속심사대상(패스트트랙) 개발 품목으로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FDA가 해당 후보물질을 패스트트랙 개발 품목으로 지정한 게 아닌데 교묘하게 투자자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다. CP-COV03은 현대바이오가 최대주주 씨앤팜과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다.

특히 FDA의 패스트트랙 개발 품목 지정은 후보물질의 개발 성과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FDA는 중증질환 등에 쓰는 신약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한다. 회사 측은 "미국 현지의 바이오 분야 전문 로펌을 통해 CP-COV03이 동물실험갈음규정을 적용해 패스트트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동물실험갈음규정은 동물실험만으로 효능을 확인한 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1상 또는 2상에서 안전성만 입증하면 시판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기 어렵거나 비윤리적인 경우 활용한다. 설령 FDA가 CP-COV03을 패스트트랙 개발 품목으로 지정하더라도, 승인이 가까워졌다거나 문턱이 낮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문제도 아니다. 전용 치료제는 없지만,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되고 있다. 또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사람두창 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약 85%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바이오업체 바바리안노르딕이 개발한 두창 백신 '임바넥스'는 지난 2019년 미국에서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승인받았다.

국내에선 HK이노엔이 2009년 개발한 2세대 두창백신을 생산·공급 중이다. HK이노엔은 최근 사람두창 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 설계 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HK이노엔 측은 "2세대 백신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개선한 3세대 두창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2세대 백신은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비축용으로, 공급이나 개발과 관련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과 논의해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바이오산업은 신뢰 산업이다. 잇따른 임상 실패와 실적 부진으로 많은 투자자가 바이오업계로부터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업체는 수십 곳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낸 곳은 셀트리온밖에 없다. 감염병이 나올 때마다 일부 업체가 그럴듯한 내용으로 투자자를 현혹한다면 바이오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신뢰에 금이 갈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묵묵히 연구개발에 매진한 업체들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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