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알고리즘 분석 위원회가 카카오T의 택시 배차 과정에서 일부 차량에 손님을 몰아주는 등의 차별적인 설계가 없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카카오T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이다. 그동안 카카오T는 알고리즘을 통해 형평성에 어긋나는 운영을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가맹을 맺은 택시들에게 더 많은 콜을 전달하고, 중장거리 콜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꼽을 수 있다. 거리가 멀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택시 요금 특성상 일반적으로 기사들이 목적지가 먼 손님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의혹이 나왔다. 또 카카오T에서 받은 배차를 많이 거절하면 페널티를 받는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맹·비가맹 택시 모두 콜 기회 같아"
6일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통해 카카오T 알고리즘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직속 기관이다. 올해 1월 택시 배차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위원으로는 한국교통대 교수인 김현 위원장 등 외부 전문가 5명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올해 3월부터 카카오T 배차 소스코드를 일일이 확인하고,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해당 소스코드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를 불시에 방문했다. 또 약 17억건에 달하는 택시 콜 발송 이력 데이터를 전수 조사해 알고리즘이 시스템에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소스코드는 정상적으로 적용됐고, 가맹과 비가맹 등 택시 영업 방식과 승객 호출 거리에 따른 차별 로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간 택시 업계에선 카카오T가 가맹 택시 기사에게 더 많은 택시 콜을 발송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위원회는 콜을 받았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수락률'이 높은 기사에게 더 많은 콜을 주는 과정에서 생겨난 오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가맹을 맺지 않은) 일반기사는 콜을 받았을 때 이용자의 목적지가 표시돼 콜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다"며 "일부 기사들이 '장거리 콜'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거리 콜보다는 중장거리 콜을 더 수락하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라고 조심스럽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비가맹 택시 기사들이 비교적 먼 거리를 가는 승객을 선호해 원하는 콜을 선택해 받다 보니, 목적지에 상관없이 콜을 받는 가맹 택시 기사들의 수락률이 높아지고 콜도 더 많이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가맹 기사와 비가맹 기사가 콜을 수락하는 방식의 차이로 실적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고리즘상 페널티 없다"
평소에 콜을 많이 수락하지 않은 택시에 콜을 적게 보내주는 등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의혹에 대해선 오해라고 강조했다. 이러다 보니 택시 업계에선 카카오T의 페널티를 우려해 길에서 택시를 잡는 고객들을 외면하게 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위원회 소속인 김인희 공주대학교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조사 결과 "페널티를 주는 알고리즘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반대로 열심히 콜을 받는 기사님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알고리즘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기사들을 특정한 이유로 차별하는 게 아니고, 택시 이용자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인센티브로 인한 차이마저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수락률에 상관없이 모든 기사에게 동일하게 콜을 보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카카오T는 승객이 택시를 요청했을 때 영업 형태에 상관없이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손님을 태우고 있지 않은 택시에 콜을 전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때 기사 평점, 수락률 등을 고려해 인공지능으로 인센티브 격인 '추천 콜'을 기사들에게 먼저 발송한다. 단 이를 수락한 기사가 없거나 근처에 추천할 만한 기사가 없다면 손님과 가장 가까운 기사들에게 순차적으로 콜을 보낸다.
김 위원장은 "전체 택시 호출을 100으로 치면 AI 추천 배차(추천 콜)로 발송하는 콜이 전체의 0.6%를 차지하고, 99.4%는 가장 가까운 기사에게 배치된다"며 "특히 가맹과 비가맹 등 영업 형태를 구분하지 않고 콜을 보내기 때문에, 평소 수락률과 상관없이 택시 기사들의 충분한 콜 수신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 몰아준다' 사실무근"
가맹 택시가 비가맹 택시보다 중장거리 콜을 더 많이 받는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가맹 택시와 비가맹 택시가 수락한 콜을 비교했을 때 장거리 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5km 미만인 콜은 단거리, 5km~10km인 콜은 중거리, 10km 이상인 콜은 장거리로 분류했을 때 사실상 영업 형태에 따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4월 한달 동안 발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맹 택시가 받은 전체 콜 중에서 단거리 콜이 차지하는 비율은 57%, 중거리는 25%, 장거리는 18%"라며 "일반 기사는 단거리 54%, 중거리 26%, 장거리 20%로 사실상 큰 차이 없어 배차 알고리즘상에서 영업 형태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알고리즘을 그동안 택시 기사와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회에 참여한 여화수 카이스트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런 배차 알고리즘을 기사님들이 잘 모르다 보니 배차 알고리즘으로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 충분히 설명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배차를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알려드리고 카카오모빌리티와 기사님 사이에 부족했던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해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배차 알고리즘에 대해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최종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택시 공급이 수요보다 월등히 많은 점에 주목해 시간대 및 지역별로 콜 수신과 수락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선 사항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용자와 기사, 운수 사업자, 학계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서비스 개선 방향을 제안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검증 과정을 통해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이 사회와 교통 편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심도있게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승객, 가맹기사, 운수사업자, 학계, 정부,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승객-기사-카카오모빌리티 3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배차 방향성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