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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된 삼성 안내견 사업, 사회공헌 넘어 공공재로

  • 2022.09.20(화) 14:38

코로나로 3년만에 안내견 분양 행사 재개
평균 양성 비용 1억, 시각장애인 무상지원

시각장애인 원희승 씨는 낯선 곳에 갈 때 용기가 필요했으나 올해부터 든든한 길벗이 생겼다. 원 씨의 동행 파트너는 '찬들'이다. 찬들이는 삼성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학교 출신이다. 

원 씨와 찬들이는 올해초 경기도 용인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마련된 숙소에서 2주간 생활하며 새로운 동행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이제 막 안내견으로 첫 발을 내딛는 찬들이는 훈련사의 밀착 관리를 통해 원 씨와 서로에 적응하는 훈련까지 마쳤다. 

현재 원 씨는 매일 찬들이와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일터에 출근하고 있다. 삼성이 약 30년 전에 시작한 '동물을 통한 사회공헌' 노력이 성숙한 안내견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보행 연습 중인 훈련견들의 모습 /사진=삼성화재안내견학교

코로나로 3년만에 열린 삼성 안내견 분양 행사  

삼성은 20일 용인시 에버랜드 인근에 있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퍼피워커(안내견 강아지를 자신의 집에서 돌봐주는 자원봉사자) 등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안내견과 졸업한 안내견을 응원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번 분양식 행사는 코로나 이후 3년만에 개최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선 훈련을 모두 마친 8마리 안내견이 시각장애인 파트너 8명과 만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아울러 6~8년간 안내견 활동을 마치고 반려견으로 삶의 2막을 시작하는 은퇴견도 등장했다.

보통 안내견의 생애는 안내견학교와 자원봉사자의 가정, 다시 안내견학교를 오가는 과정을 거친다. 안내견학교에선 생후 2개월 미만의 강아지 가운데 적합한 성품과 건강상태를 지닌 개를 후보견으로 선발한다. 이후 자원봉사 가정에 보내 1년간 사회화 교육을 시킨다.

이 기간 동안 예비 안내견은 지하철이나 버스, 마트와 같은 장소에서 노인과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일상 속 상황을 경험하고 사람과 사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강아지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화 교육을 마치면 안내견학교에 돌아와 건강검진과 성격진단 등 종합평가를 받는다. 이 가운데 합격한 개에 한해 본격적인 훈련과정에 입문할 수 있다.

14개월의 훈련입문 과정을 거친 후보견은 이후 15~22개월 동안 훈련사에게 배변 및 식사 등 기본 훈련과 복종·위험 대비 훈련을 받는다. 훈련 통과율은 35% 안팎으로 연간 12~15마리의 안내견이 양성된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훈련견은 일반 가정에 무상 분양된다. 

안내견 활동에 나서기 전에 시각장애인과 호흡을 맞추는 동반교육을 받는다.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안내견학교에서 합숙을 한다거나 시각장애인의 자택 및 거주지에서 현지 교육을 받는다.

20일 용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이들과 함께 새롭게 안내견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 퍼피워커(자원봉사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화재안내견학교.

29년째 매년 12~15마리 안내견 양성

최종 단계인 안내견 분양이 이뤄진 이후에도 훈련사들이 정기적 가정 방문을 통해 안내견의 건강 등을 체크한다. 안내견 양성 비용은 1마리에 평균 1억원. 삼성은 무상으로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지원하고 있다.

삼성의 안내견 양성 노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이듬해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하면서 시작했다. 내년으로 설립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 학교는 국내 안내견 문화 확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하고 있다. 이 학교는 세계안내견협회(IGDF)의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안내견 육성기관을 삼성 같은 사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것도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한 관계자는 "학교 설립 초기에는 국내에 안내견 육성 관련 정보가 전무하다시피해 해외 기관을 찾아가 공부한다던가 전문가를 초빙해 어렵게 노하우를 쌓았다"라며 "삼성이 안내견 사업을 시작한 계기 가운데 하나는 1980년대 당시 우리나라의 개고기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 보자는 차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안내견학교 운영 뿐만 아니라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는 시각장애인도 월드컵의 감동을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미국-폴란드 경기에 시각장애인 10명과 안내견을 초청했다.  

20일 용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6년에서 8년간의 안내견 생활을 마치고 반려견으로 삶을 시작하는 은퇴견 6마리와 입양가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화재안내견학교.

사회 각층 자발적 참여로 안내견 문화 확산

안내견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은 사회 각층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안내견은 기업의 사회공헌 영역을 넘어 사회적 공공재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정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업 초창기부터 우리나라에 없던 장애인 보조견 조항 신설에 나섰으며, 수 차례 개정을 통해 법률적 체계를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국회에서도 안내견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법률적 보완을 위한 법안 제출을 진행해 왔다. 

평소 장애인 활동에 관심을 보여 온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보조견 보급 확대 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안내견 사업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29년간 시각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지원하고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안내견과 파트너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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