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내년부터 인공지능(AI)과 AI 반도체, 5G·6G 이동통신 등 디지털 혁신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한다. 디지털 신산업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갈등을 조정하고 민간 주도의 디지털 혁신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분야별로 디지털 전략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부처가 각각의 전략을 종합해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고도화하는 데에도 방점을 뒀다. 공공이나 민간에서 축적된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받고 유통되기 위한 데이터 전송과금이나 보상체계를 마련해 데이터 축적을 넘어 활용이 중심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IMD 디지털 경쟁력 지수'를 5년 내 세계 3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기정통부는 2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8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과 함께 세계의 모범이 되는 디지털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다시 도약하고, 함께 잘사는, 디지털 경제·사회 구현'을 전략의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5대 추진전략 19개 세부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6대 혁신기술 분야 집중 투자
정부는 내년부터 AI, AI반도체, 5G·6G 이동통신, 양자, 메타버스, 사이버보안 등 6대 혁신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인공지능은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NPU·슈퍼컴·초거대 AI 모델 등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 사람과 공존하는 AI 윤리·제도를 마련해 국제적 AI 규범을 선도한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AI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2026년까지 3018억원을, AI반도체 핵심기술 연구개발에는 1조2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AI 경쟁력을 현재 6위 수준에서 2027년 3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데이터 축적을 넘어 활용이 중심이 되는 환경도 만든다. 공공·민간 데이터를 대통합하고 데이터 자산 보호, 거래 질서 확립, 표준화 체계 등 데이터가 가치를 인정받고 유통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한다. 현재 23조원 수준인 데이터 시장 규모는 5년 후 50조원으로 키운다.
클라우드는 국산 AI 반도체로 구축한 초고속·저전력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AI 반도체→클라우드→AI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체질도 개선한다. 소프트웨어 시장을 SaaS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오는 2027년까지 2000개 이상의 SaaS 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디지털 인프라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노력한다. 먼저 오는 2024년까지 5G 전국망을 완성한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6G 표준특허를 선점하고 오는 2026년 세계 최초로 프리 6G 서비스 시연을 추진한다.
양자는 인터넷·센서·컴퓨터 등 3대 분야 기술 추격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 사이버보안은 10만 인재를 양성하고 4대 방어기술(억제·보호·탐지·대응) 등 사이버보안을 신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
혁신 저해하는 규제·갈등 조정
과기정통부는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와 갈등을 빠르게 조정하는 등 디지털 혁신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먼저 개인의 디지털 교육·경험·자격을 증명하고 채용과 연계하는 '디지털 배지'를 추진하고 기업·대학·정부가 함께 인재를 양성하는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업은 대·선배기업 혁신기부로 디지털 스타트업 1000개를 육성하며 대기업의 애로를 스타트업의 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등 민간이 주도하는 디지털 혁신문화를 정착시킨다.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 규제심판부, 경제 규제혁신 TF 등 정부의 규제혁신 거버넌스와 연계해, 민간주도로 플랫폼·메타버스 등 디지털 신산업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정비한다. 또 신산업과 기존 산업간 갈등 조정을 위해 갈등해결형 실증 특례를 도입하고, 정보통신전략위 안에 갈등규제 논의 전문위를 설치할 계획이다.
디지털 경제·사회 기본 법제도 마련한다. 인공지능기본법, 메타버스특별법, 사이버안보기본법, 디지털포용법, 데이터기본법 등 디지털 경제 '5대 기반법'과 함께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산업육성과 사회기반 조성, 인재양성, 융합·확산 등을 모두 아우르는 기본법인 '디지털사회 기본법(가칭)'을 제정한다.
관계부처 주관으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TF를 운영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경제·사회적 이슈와 쟁점에 대한 규범체계를 마련한다.
디지털 강국 도약 목표
이날 내놓은 '디지털 전략'은 '뉴욕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NYU) 주최 포럼에서 '디지털 자유 시민을 통한 연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자유와 인권·연대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디지털 질서에 관한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디지털 기술·산업·인재 등 전 부문 경쟁력을 확보해 지난해 세계 12위 수준인 'IMD 디지털 경쟁력 지수'를 2027년 세계 3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OECD 디지털 인프라 및 디지털 정부 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1위)을 더욱 공고히 유지할 계획이다. 사회 전반의 혁신문화 조성을 통해 '글로벌혁신지수'는 지난해 5위에서 2027년 1위로 올린다.
과기정통부는 "국민 측면에서는 누구나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며, 원하면 디지털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며 "기업·산업 측면에서는 원하는 기업이나 사람은 누구나 데이터나 AI 등 풍부한 디지털 자원을 활용해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으며, 디지털 딥테크 중심 창업지원이 확대돼 국내 디지털 벤처·스타트업이 디지털 유니콘기업으로 보다 많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 방식에 있어서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한편, 혁신에 저해가 되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함으로써 자유로운 혁신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디지털 전략의 범국가적인 추진을 위해 관계부처와 민간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활용해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필요시에는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산하에 '디지털 전략반'을 운영해 보다 속도감 잇고 체계적으로 추진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은 우리나라의 국가 디지털 청사진으로, 뉴욕구상을 통해 밝힌 글로벌 디지털 혁신 선도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