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자가 136인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 미디어박스의 전파 적합성평가 인증 등록을 마쳤다. 보통 전파 적합성 평가가 신제품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LG전자가 곧 마이크로 LED TV 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억 넘는 TV 나온다
마이크로 LED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100마이크로미터(㎛, 백만분의 1m) 수준의 작은 LED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다. 백라이트나 컬러 필터가 없어도 선명한 초고화질을 구현한다. 스스로 빛을 낸다는 점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비슷하지만, 무기물에 기반해 OLED와 달리 번인(Burn-in, 잔상) 현상이 없다.
마이크로 LED TV 시장은 현재 '걸음마 단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형 마이크로LED 시장은 올해 5400만달러(약 761억원)규모로 예상되지만, 매년 204% 성장해 2026년에는 45억달러(약 6조345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 LED 시장에서 앞서나간 쪽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였다. 최근 열린 IFA(세계가전박람회) 2022에서는 76인치부터 114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조만간 89인치와 101인치 모델을 출시하고 마이크로 LED TV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이다.
LG전자도 IFA 2022에서 136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였다. 업계에선 LG전자가 이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다만 70인치부터 시작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100인치를 기준으로 시장을 나눠 소형은 OLED TV, 대형 크기는 마이크로 LED TV를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백선필 LG전자 CX(고객경험)담당 상무는 지난달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온전한 판으로 옮기는 OLED와 달리 마이크로 LED는 모듈 형태로 조립하기 때문에 조립과 운송이 쉬워 대형화에 유리하다"며 "100인치 이하는 OLED TV로, 그 이상 크기는 마이크로 LED TV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현재 1억원이 넘는 가격대로 인해 수요가 쉽게 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마이크로 LED TV의 생산 비용을 낮추고 수율을 높여 현재 1억원이 넘는 가격을 안정화한다는 계획이다. 가격만 낮춘다면 장차 기존 제품들과 함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TV 판매 줄지만 프리미엄 수요 꾸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마이크로LED TV를 새 전략으로 삼은 이유는 TV 사업 부문에 '터닝포인트'가 필요해서다. 현재 두 회사 TV 사업 부문 실적은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TV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서다.
최근 지난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TV사업에 대해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은 역신장했고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 판매촉진·유통재고 건전화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 감소했다. 가전사업부의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불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3분기 삼성전자 TV 사업 부문(CE) 영업이익을 종합하면 3990억원이다. 직전 분기(3620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7620억원에 비해선 눈에 띄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TV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프리미엄 TV 시장은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며 "그런 수요에 맞춰 마이크로 LED 등 초대형,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해 나가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부가가치 TV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어 현재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아직은 가격이 높아 마이크로 LED 시장이 크진 않지만,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