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 TV시장은 '불황에도 명품은 더 잘팔린다'로 요약된다. 전 세계적으로 TV 수요가 줄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전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국내 가전업체는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부진한 TV부문의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TV, 여전히 초격차 1위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분기 누적 글로벌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어든 1억4300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TV 시장 규모 역시 723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829억3000만달러에 비해 12.7% 감소했다. 올해들어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TV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TV 수요 침체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TV 시장에서의 선두자리를 지켰다. 국내 업체들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기준 총 47.2%의 점유율로 중국(28.2%)과 일본(13.5%)와의 격차를 유지했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점유율 30.2%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LG전자는 지난해보다 소폭(1.8%포인트) 하락한 17%의 점유율을 지켰다. LG전자가 적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출하량을 조절하면서다.
판매가격 2500달러(약 340만원)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선 더 선전했다. 옴디아 조사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출 점유율 72.3%를 차지했다. 이 중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51.1%, 그 뒤를 이어 LG전자가 21.2%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은 삼성전자의 QLED와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이끌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전 세계 QLED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914만대를 넘었다. OLED TV도 3분기 누적 판매량이 430만대로, 작년(427만대) 대비 소폭 증가했다.
TV 부진, 프리미엄으로 극복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판매 전략에서도 프리미엄 TV 시장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 뚜렷하다. 불황에 빠진 TV 시장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뚫겠다는 전략이다.
올 3분기까지 전 세계 QLED 판매량 914만대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3.5%(672만대)에 이른다.
김영무 삼성전자 VD 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상무는 지난달 27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초대형을 비롯한 프리미엄 TV 수요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4분기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등 판매 기회를 활용해 Neo QLED, 초대형 TV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성수기 수요를 선점하고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3분기까지 OLED TV를 255만대를 팔아 글로벌 판매량 기준 59.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OLED TV는 출하량 대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올해 3분기까지 LG전자 전체 TV 출하량 1713만대 중 OLED TV는 14.8%(254만대)에 불과했지만, 전체 TV 매출에서는 33.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희 HE경영관리담당 상무는 3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4분기엔 글로벌 인플레이션, 에너지 공급 불안정 등 침체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 수요도 위축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OLED TV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시장 내 경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수익성 방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