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 TV 운영체제(OS)인 '타이젠(Tizen)'을 통해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타이젠을 사물인터넷(IoT)의 중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TV OS 시장 주도권을 놓고 구글·LG전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로운 동력, 타이젠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은 OS를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정 OS에 익숙해진 고객은 향후 같은 OS를 탑재한 TV를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타이젠을 IoT 플랫폼으로 삼아 다른 전자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타이젠은 삼성전자가 리눅스재단과 협력해 개발한 OS로 2012년 처음 공개됐다. 출시 당시엔 타이젠을 통해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로 양분된 모바일 OS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갤럭시 워치 시리즈에도 타이젠을 적용한 바 있다.
기대는 컸지만 아직 구글과 애플 아성을 넘진 못했다. 스마트폰과 갤럭시워치 내 타이젠 탑재가 중단됐다. 이후 타이젠은 스마트TV·모니터와 프리미엄 냉장고에만 탑재되며 입지가 줄어드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타이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스마트TV와 냉장고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에 타이젠을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는 외부 업체들에도 타이젠을 공개하고 외연 확장에 나섰다.
공개 후 해외 TV 업체들이 타이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의 확장 전략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달 호주 TV업체 템포(TEMPO)가 외부 업체 중 처음으로 타이젠 탑재 제품을 출시했다. 이번달 들어선 중국의 HKC, 튀르키예의 아트마차 등 여러 TV 제조 업체들이 타이젠을 적용한 TV를 내놓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앞으로 더 많은 가전 제품에 타이젠을 확대 적용하고 다른 분야로까지 넓혀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은 지난 15일 '삼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컨퍼런스(SSDC)'에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타이젠을 사용하는 제품 수는 3억3000만개에 달한다"며 "올해 10주년을 맞은 타이젠은 앞으로 더 많은 가전제품에 탑재될 것이며, 메타버스나 로봇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막오른 TV OS 전쟁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타이젠 점유율 확보에 나서면서 글로벌 TV OS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구글, 삼성전자, LG전자 간 경쟁이 본격화 됐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웹(web)OS'를 외부에 공개하고 플랫폼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스마트TV 플랫폼으로 웹 OS를 선택한 브랜드는 지난해 20여 곳에서 올해 2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TV OS 시장에서 타이젠은 20.9%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인 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43%)였다. LG전자의 스마트 TV 소프트웨어 '웹(Web)OS'(12.8%)는 3위를 기록했다.
국내 업체들은 현재 구글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부터 외연 확장에 나선 만큼 충분히 따라잡을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과 구글의 양강 체제로 굳어진 스마트폰 OS 시장과 달리 TV OS 시장은 아직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스마트TV용 OS를 공개한 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유의미한 점유율 상승은 없다"며 "외부 업체에 OS를 공개한 것은 저변을 확대하고 생태계 확장을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은 높은 TV 판매량을 바탕으로 타이젠 확장에 유리한 상황"이라며 "LG전자도 올해 200개 이상 업체가 TV 웹 OS를 탑재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