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북미·유럽지역 외부 기관의 호평 사례를 잇따라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럽, 북미 등 선진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를 기술 측면에서 꺾었다는 내용이다.
이는 단순 홍보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 불안 지속으로 완성차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에 대한 호평은 제네시스 등 고급차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판매량을 확대하는 등 현대차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유럽 호평 이어져
28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브랜드의 'GV70' 전동화 모델은 최근 유럽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빌트'(Auto Bild)의 비교평가에서 테슬라 '모델Y'와 포드 '머스탱 마하-E GT'를 앞섰다. 이 매체는 GV70가 테슬라 모델Y와 포드 머스탱 마하-E보다 '역동적이면서도 쾌적한 차'라고 평가하며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이번 비교평가는 △바디 △편의성 △파워트레인 △주행성능 △커넥티비티 △친환경성 △경제성 등 7가지 평가 항목에 걸쳐 진행됐다. GV70는 △편의성 △주행성능 △커넥티비티 등 3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하며 종합점수 569점을 획득, 유명 브랜드 차량을 모두 제쳤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외부기관의 호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은 테슬라 모델Y와 맞붙은 독일 전문지 비교평가에서 앞선 바 있다. GV70의 내연기관 모델은 지난해 미국 '모터트랜드'의 2022 올해의 SUV에 선정됐으며, 미국 JD파워 '2022 상품성 만족도 조사'에선 소형 프리미엄 SUV 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다. 상위 모델인 GV80은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의 '10 Best Cars and Trucks for 2021'에 선정됐다.
제네시스는 지난 2월 제이디파워(J.D.Power) 내구품질조사에서 최우수 고급 브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울러 쏘나타는 중형차 세그먼트 1위, 싼타페는 중형 SUV 세그먼트에서 1위에 선정됐고, 지난 6월에는 제네시스가 고급 브랜드 중 초기품질조사 1위에 올랐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고가 차량만 호평 받는 게 아니다. 현대차의 준중형 스테디셀러 '아반떼'는 지난해 'NACTOY', 즉 '북미 올해의 차'로 등극했다. 2012년에 이어 두번째다. 회사 측은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이 제정된 1994년 이후로 한 번 이상 수상한 차량은 쉐보레 콜벳과 혼다 시빅 두 대밖에 없다"며 "아반떼는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준중형차 반열에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품 경쟁력 →판매량·브랜드 파워 높여
현대차가 내놓는 차량들이 글로벌 선진 시장에서 이같이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은 트로피 획득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 가치 상승과 판매량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브랜드 사이에서 "왜 우리 차량과 함께 비교한 결과를 자사 홍보에 활용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현대차 입장에선 알려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셈이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현대차가 올해 쌓은 성과에서도 이같은 지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9월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6.9% 증가한 41만6000대를 판매했다. 순수 전기차(BEV) '아이오닉5'와 '투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다. BEV와 PHEV 판매 규모는 각각 전년보다 29%, 5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시장에선 전년보다 9.7% 감소한 827만1000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의 성장은 눈에 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현대차의 성과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반적 공급망 혼란 속에서 작성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강화를 통한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에 따라 보수적인 유럽시장에서도 기술력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선 1~9월 사이 56만9000대를 팔았다. 전년보다 8.2% 감소한 것이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0.2%포인트 증가했다. 미국 전체 완성차 시장도 반도체 문제로 판매량이 전년보다 12.7% 감소한 가운데 GV70과 GV80 등 제네시스 고급 차량이 선전한 덕이다.
아시아 지역에선 인도에서 특히 선전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베뉴·크레타 등 SUV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전년 대비 4.8% 증가한 41만8000대를 팔았다. 점유율은 14.5%다. 아픈 대목은 중국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해당 지역 판매량은 17만7000대이지만 점유율은 1.2%에 그친다.
하지만 차량 판매 규모를 보면 포기해선 안 되는 시장이다. 그래서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파워 성장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사회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2022 중국 기업사회책임 발전지수 평가'에서 7년 연속으로 자동차기업 부문 1위에 선정됐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기관으로부터 제품력과 상품성을 인정 받는 것은 판매로 바로 연결된다고 보긴 어렵지만 현지 시장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이런 결과들이 쌓여서 브랜드 가치 증대와 추후 판매량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이는 특히 고급 브랜드에서 강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