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채신화 기자]오늘은 동백섬에 가볼까. 주차장에 있던 기체에 오르자 순식간에 푸른 부산 바다와 빌딩을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비행한다. 항공기 안에서 영상통화로 간단한 업무 미팅을 마치고 AI가 자동 선곡한 음악까지 한 곡 들으면 동백섬 도착. 급하게 떠난 10분 컷 여행 성공이다.
SK텔레콤(SKT)이 그리는 2030년 미래 교통 모습이다. 도심항공교통(UAM)으로 모빌리티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전기 모터 등을 활용해 탄소까지 줄이는 그야말로 '일석이조' 교통 수단을 만들겠다는 것.
SKT뿐만 아니라 SK그룹은 계열사들과 '탄소 감축'을 향한 기술을 향해 '동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2억톤)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재차 밝혔다.
손에 땀나는 UAM 체험
SK그룹은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에서 탄소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관계사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고 취재진을 대상으로 부스 투어를 진행했다. 여러 전시 제품 중에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단연 UAM이었다.
UAM(Urban Air Mobility)은 항공기를 활용해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도시교통체계.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드론 택시' 등으로 불리며 미래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선 2020년대, 국내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한창인 만큼 이날 전시된 실물 크기의 UAM 항공기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직접 체험한 UAM은 상상 이상이었다. UAM 가상 체험 시뮬레이터로 VR(가상현실)이 접목돼 실제 기체에 올라타 비행을 하는 것처럼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기체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VR 고글을 착용하니 부산 바다와 빌딩 전경이 펼쳐졌다. 건물 옥상에 있는 충전소에서 기체를 충전하고 항공기 내에서 일정 등도 확인한다. 그야말로 '원스톱' 모빌리티 서비스다.
VR로 극적인 효과를 주면서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올랐으나 빠르게 수직 하강하거나 빌딩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비행에 손에 땀을 쥘 정도였다.
SKT의 UAM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사피온'이 UAM 기체 운항을 돕는다. 가상 발전소가 기체와 이·착륙장인 버티포트에 전력을 공급한다.
이 기체는 2025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시험 비행한 결과 13시간24분 연속 비행했다. 향후 수소드론을 통해 구조 활동,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예정이다. 저소음, 저탄소 교통수단으로 탄소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헬기는 소음이 큰데 UAM은 전기 모터를 사용해 소음이 적고 환경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아울러 공중으로 트래픽을 분산하고 지하철·철도·공항 등 연계 교통을 통해 이동 체계를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유소나 편의점만한 공간만 있으면 이·착륙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고 향후 의료, 관광에 이어 개인교통으로까지 확산하면 다양한 사회비용, 사회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에 잠긴 문화재 영상'으로 경각심
SK그룹은 계열사·파트너사와 함께 CES에 참가해 '행동'(Together in Action, 함께 더 멀리 탄소 없는 미래로 나아간다)을 주제로 한 전시관을 공동 운영한다.
△SK △SK이노베이션 △SK E&S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에코플랜트 △SKC △SK바이오팜 등 계열사를 비롯해 글로벌 파트너사인 △테라파워 △플러그파워 △플라스틱에너지 등이다.
SK는 이들 탄소 감축 제품·기술이 일상화한 가상의 생활공간을 △친환경 모빌리티 △탄소 없는 라이프스타일 △폐기물자원화 △에어모빌리티 △미래에너지 등 총 6개 구역으로 나눠 선보일 예정이다.
부스 입구부터 탄소 절감 등 환경 보호에 힘을 쏟지 않을 경우 주요 문화재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생생한 영상으로 표현하며 경각심을 심었다.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친환경 '도시 유전', '도시 광산'을 만들겠다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SK E&S는 수소연료전지를 지게차, 버스, 선박, 항공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