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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계열사에 진 빚…누가 갚았나 봤더니

  • 2023.02.14(화) 06:20

㈜두산, 두산밥캣에 두산산업차량 매각…두산에너 수혈
두산밥캣, 미국법인서 자금조달해 두산산업차량 인수
두산산업차량 돈벌어 두산밥캣에 배당…미국법인 차입갚아

두산밥캣이 최근 자회사 두산산업차량으로부터 190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두산산업차량은 알짜 해외 법인을 그룹 내 계열사에 매각하면서 얻은 이익 상당분을 두산밥캣에 배당했다. 

두산밥캣은 이 배당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이 차입금은 두산밥캣이 두산산업차량 인수를 위해 자사 해외법인으로부터 빌린 돈이다. 현금 흐름상 두산산업차량 인수를 위해 두산밥캣이 빌린 차입금을 두산산업차량이 갚은 셈이다.

두산산업차량 인수과정 보니

두산지배구조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두산밥캣은 2021년 7월 ㈜두산이 보유한 산업차량 사업 부문(현 두산산업차량)을 7500억원에 인수했다. ㈜두산은 산업차량 사업 부문을 매각한 덕분에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에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다. 당시는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렸던 때다. 

두산밥캣 역시 인수자금이 충분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두산밥캣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2021년 반기보고서)은 8000억원 수준이었다. 두산산업차량의 인수를 위해선 두산밥캣 역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결국 두산밥캣은 자사 미국 법인인 클락 이퀍먼트(Clark Equipment)에 손을 벌렸다. 클락 이퀍먼트는 현지에서 5억달러(5537억원)를 조달해 두산밥캣 본사에 인수 자금을 댔다. 여기에 클락 이퀍먼트의 주식을 유상감자하면서 두산밥캣은 2200억원의 자금을 추가 마련할 수 있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북미에서 매출이 70%가량 발생하기 때문에 이익 역시 미국 법인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며 "그렇다고 모회사(두산밥캣)가 미국 법인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을 그냥 가져갈 순 없기 때문에 차입금 형태로 인수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두산산업차량, 자산 절반 가까이 밥캣에

두산밥캣 지배구조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두산밥캣의 완전 자회사가 된 두산산업차량은 알짜 해외 법인을 두산밥캣에 넘기기 시작했다. 두산산업차량의 해외 법인을 두산밥캣 해외법인에 이전함에 따라 얻는 실익이 더 크다는 게 두산밥캣 측 설명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두산산업차량의 해외계열사 이전은 안정적 경영 환경을 구축해 성장을 이어가기 위함"이라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 효율화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산업차량은 지난해 12월 자사의 영국 법인(DIVUK), 벨기에 법인(DIVEU), 독일 법인(DLE) 등을 두산밥캣 체코법인(DBEM)에 이전했다. 같은 기간 두산산업차량의 미국법인(DIVAC)도 클락 이퀍먼트에 넘겼다. 클락 이퀍먼트는 앞서 언급한 두산밥캣의 미국 법인이다.

두산산업차량은 이 과정에서 총 2922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세부적으론 유럽 법인 이전 과정을 통해 952억원, 미국 법인 이전을 통해 1970억원이다.  

다만 두산산업차량의 알짜 해외 법인을 모회사의 해외 법인에 넘김에 따라 두산산업차량의 자체 몸집은 크게 줄게 된다. 두산산업차량의 이번 해외법인 처분가액(2922억원)은 2021년 말 기준 자산총액의 43%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절반 가까이(48.9%) 달해 두산산업차량 자체 실적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돈 흐름 보면…두산산업차량이 빚 갚았다

두산산업차량은 지난 8일 1909억원을 모회사 두산밥캣에 배당했다. 지분 매각으로 얻은 이익 65%를 두산밥캣에 배당한 셈이다. 1주당 배당금은 23만8640원으로 그 규모가 적지 않다. 

두산밥캣은 이 배당금 전액을 클락 이퀍먼트에게 상환할 계획이다. 결국 현금 흐름상 보면 배당을 통해 두산밥캣을 잠시 거쳐갔을 뿐 두산산업차량이 직접 차입금을 상환한 셈이다. 

두산밥캣이 두산산업차량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이용해 차입금 상환에 나서는 것이 상법상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은 경영 활동을 통해 흑자를 낸 뒤, 배당을 실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단순히 지분 매각을 통해 얻은 차익으로 배당에 나서는 것이 흔한 사례는 아니다.

그간 두산밥캣이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으로 봤을 때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종전엔 클락 이퀍먼트가 지급한 1216억원(2022년)이 역대 최대였다. 이러한 배당이 가능했던 것도 이 회사가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이 이익에 대한 배당은 개인 주주들에게도 일부 돌아갔다. 

이에 대해 두산밥캣 관계자는 "자회사에서 나온 이익을 모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지분을 매각하고 배당 전액을 차입금 상환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밥캣의 이번 차입금 상환으로 클락 이퀍먼트에 빌린 차입금 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기준 두산밥캣이 클락 이퀍먼트에 빌린 차입금은 9406억원에 달했다. 이번 상환으로 두산밥캣의 클락 이퀍먼트에 대한 차입금은 7500억대로 감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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