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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작년 상고하저 찍고 다시 일어선다

  • 2023.02.13(월) 17:37

작년 상반기 역대급 호황, 하반기 하락세
올해는 중국 리오프닝으로 기대감 커져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정제마진이 작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 덕분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소비 위축과 환율이 급등하면서 4분기엔 대부분 정유사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제 관심은 올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재활동 재개)으로 정유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정유업계 실적도 다시 개선되리라 기대 중이다.

지난해 실적은 '상고하저'

13일 비즈니스워치가 정유사 4곳(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의 작년 영업이익을 종합한 결과 14조1566억원이었다. 2021년(6조9976억원) 대비 약 102.3% 상승한 수치다. 

정유 4사 합산 영업이익 / 그래픽=비즈워치

정유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배경엔 높은 정제마진이 있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해 6월 29.5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본다.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정유 제품 판매 단가가 상승한 영향이 컸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운임·동력비 등을 제외한 이익으로, 정유사 수익 측정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가 마진을 많이 남긴다는 의미다.  

국제유가의 급등도 정유사 입장에선 도움됐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이 저유가일 때 사들였던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커진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실적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4분기엔 대부분 정유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사 네 곳은 지난해 4분기 총합 8794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1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면 모두 손해를 봤다. 

정유 4사 4분기 영업이익 / 그래픽=비즈워치

정유사들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작년 하반기 들어 정제마진이 급격히 하락한 탓이다. 4분기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원인은 전 세계적인 소비 위축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휩쓸자 정유제품 소비가 줄었다. 특히 중국이 코로나 봉쇄정책을 펼친 점이 치명적이었다. 전방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졌다. 

하반기 환율이 급등한 점도 실적 하락의 이유다. 정유사들은 보통 원유를 구입할 때 '유전스(Usance)'방식을 사용한다. 유전스는 은행이 정유사의 원유 수입대금을 먼저 지급해주겠다고 약속하는 어음이다. 은행이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지불을 유예받는 방식이다. 

정유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자를 얹어 은행에 상환한다. 산유국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유공정을 거쳐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정유사 입장에선 은행에 달러로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구매 시점보다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익, 오르면 환차손이 발생한다. 지난해 4분기엔 환율이 오르면서 환차손이 대량 발생했다.

작년만큼은 아니어도 성장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침체에 빠진 실적이 올해부터 다시 성장세를 되찾을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이 지난해 말 코로나 봉쇄 정책을 완화하면서 내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실제로 상황은 나아지는 추세다. 정제마진은 11월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2월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9.7달러다. 전주(13.5달러)에 비해 약 4달러 떨어지긴 했지만, 손익분기점보단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 사업은 변수가 많아 쉽게 예상할 순 없지만 그래도 올해 들어 중국 리오프닝 등 정유 제품 수요가 늘어날 요인이 많아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년만큼은 아니어도 견조한 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관측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정유사 입장에선 호조 요인이다. 최근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혀서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과 G7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오는 3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 감축한다는 계획을 지난 10일 밝혔다. 중국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 원유 수요가 늘었지만, 전체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는 오를 전망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감산을 밝히면서 러시아 정유사들의 가동률이 낮아질 수 있다"며 "전반적인 정유 산업의 공급이 줄어들고 당분간 원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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