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분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견고한 석유·윤활유 부문이 역대급 실적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 덕에 연간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300% 이상 뛰어올랐다.
석유사업, 전통에너지 맏형 노릇 톡톡
SK이노베이션은 7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연간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 3조998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66.6% 올랐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9.6% 급증하며 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07.4% 치솟은 1조990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반영 및 정제마진 축소로 영업적자를 봤으나, 앞서 그해 상반기까지 유가 상승이 이어졌고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해 정제마진이 개선됨으로 인해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1367억원, 영업손실 6833억원을 냈다.
특히 석유와 윤활유 부문이 지난 한 해 호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석유사업 매출은 52조58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7.6% 상승하며 외형을 키웠다. 영업이익도 3조39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3% 늘었다.
윤활유사업도 지난해 매출 4조9815억원, 영업이익 1조712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각각 48.6%, 11.5% 성장했다.
석유개발 및 기타사업 부문도 역대급 실적을 뒷받침했다. 해당 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6140, 영업이익 4487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66.7%, 489.6% 크게 늘어난 수치다.
석유제품 수출물량이 대폭 증가한 영향도 컸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1억4000만 배럴로 전년 대비 37.7%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석유·화학·윤활유·배터리 등 부문의 수출 실적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석유제품 수출물량 급증이 연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온 흑자전환 노린다
주력 사업의 선방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미래 성장 동력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시행규칙이 발표되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배터리사업 부문에서만 최대 약 4조원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을 기반으로 올해 배터리 신규 생산능력 투자비용 7조원을 포함해 설비투자(CAPEX) 비용 규모를 10조원으로 계획했다.
이를 발판삼아 지난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 배터리 부문은 올해 반등의 기회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자회사인 SK온은 전년 대비 150%가량 성장한 매출 7조6177억원을 올렸으나 기대됐던 4분기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같은 기간 SK온은 신규 공장 비용 증가와 수율 개선 지체 등 영향으로 99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미국 내 당사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26년 이후 IRA 수혜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는 SK온과 미국 포드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 생산시설의 완공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석유 등 전통에너지 부문 역시 올해 이어질 정제마진 호황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지속에 따른 경유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코로나 급증 등 수요 둔화 우려로 약세가 지속됐다”며 “올해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과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 중국 리오프닝 등 영향으로 유가 상방 압박이 확대될 것이고 러시아산 석유제품 수입금지 시행 등으로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져 정제마진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배당 성향 30% 수준의 기말배당 시행을 결정했다. 대규모 투자 지출 등을 고려해 자기주식을 활용한 현물배당을 진행할 계획이며, 배당에 대한 최종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SK온의 상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양섭 재무부문장은 “SK온의 상장은 결정된 바 없으나 향후 회사가 상장을 검토하는 경우엔 SK이노베이션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