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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민영화' 산은 계획대로 되려면…

  • 2023.02.28(화) 17:45

시황 급락전 매수자 찾아야
신종자본증권 문제 해결해야

HMM 민영화에 급변화가 나타났다. HMM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당초 이견을 보였으나, 최근 방향성을 같이하면서 매각자문사 선정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당초 산은은 연내 HMM 매각 완료 입장이었으나 해진공은 이견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매각주도권을 산은이 잡으면서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현대차그룹, CJ, LX그룹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피인수자 HMM은 매각 절차와 상관없이 미래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엔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등 친환경 전환에 고삐를 죄고 있다. HMM은 작년 7월 중장기 전략 발표를 통해 '친환경 경쟁력 글로벌 톱 수준으로 도약'을 선언한 상태다. 

올해 매각하려는 이유

HMM 주주현황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최근 HMM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하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씩 보유 중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최근까지 HMM의 매각 시기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매각 절차를 공식화하면서 매각 주도권은 산은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MM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이 매각 시점을 두고 약간의 의견 차이를 보였던 것으로 안다"며 "산은은 빠른 매각을 원하지만 해진공은 이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도 자문사 선정을 공식화한 만큼 매각 주도권을 산은이 쥐었다고 볼 수 있다"며 "연내 매각을 목표로 절차에 돌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은이 HMM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해운 시황과 관련 있다. 업황이 완전히 꺾이기 전 HMM을 매각해 제값을 받겠다는 얘기다. HMM은 해운업 초호황 시기였던 2021~2022년 18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업계에선 해운업이 불황기 초입 단계에 진입했다고 본다. 글로벌 해운 운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946.68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80% 넘게 하락했다. 

해운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선 SCFI 1000포인트를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부른다"며 "코로나 기간 비정상적으로 운임 지수가 올랐던 것이 지난해 조정 단계를 거쳐 올해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기간 발주한 선박들도 곧 인도됨에 따라 선복량 증가로 해상운임이 더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며 "불황기에 완전히 진입하기 전 이어야 높은값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산은이 매각을 서두르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산은 의지와는 달리 매각을 위해 넘어서 할 산도 적지 않다.

매각에 앞서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2조68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을 산은과 해진공이 주식으로 전환하면 이들의 지분율은 76%까지 치솟는다. 

이와관련 HMM은 오는 10월 조기상환일이 도래하는 1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다. 조기 상환권을 행사해 이자와 빚 부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향후 주식 전환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시켜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가 하락까지 막을 수 있다. 

HMM 관계자는 "산은과 해진공 대상으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일부가 오는 10월 이자가 연 6%로 뛰게 된다"며 "내부에서는 이 시점에 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한 산은 측 결단이 필요한 상태다. 사실상 조기상환권에 대한 결정권은 산은과 해진공에 있다. HMM이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더라도 산은과 해진공이 주식 전환을 요청할 경우, 권한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으로 전환해줘야 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산은이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으나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선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며 "영구채 해결없이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상관 없이 미래 투자 집중" 

HMM은 민영화 절차와 상관없이 미래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HMM은 작년 7월 중장기 전략을 통해 '향후 5년간 15조원 투자계획'을 선언한 상태다. 컨테이너선단을 82만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에서 120만TEU까지 확대하고 벌크선을 55척(현재 29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HMM은 지난 14일 9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도입하는 신조 계약 및 금융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HMM이 발주한 컨테이너선은 총 9척이며 모두 메탄올을 주연료로 하는 친환경 선박이다. 이 역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HMM 관계자는 "피인수자이기 때문에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며 "다만 해운업 체질 개선과 미래투자 등에 대한 착실하게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해운업계는 친환경 등 경쟁이 가속화고 있다"며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투자와 연구개발 등을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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