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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TSMC 추월할 비밀병기는 이것…

  • 2023.03.03(금) 07:40

미세화 경쟁 한계…패키징 기술 중요성 대두
삼성전자, 2030년 1위 목표…첨단 공정 활용

/그래픽=비즈워치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를 제조하고 회로를 새기는 전(前)공정과 전공정을 거친 칩을 패키징, 테스트하는 후(後)공정으로 나뉜다. 최근 패키징 기술 중심의 반도체 후공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공정 분야에서 반도체 미세화 경쟁이 한계에 달해서다. 

삼성전자도 '2030년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1위' 목표를 내걸고, 첨단 패키징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패키징 시장 수요가 아날로그 공정 중심에서 첨단 공정으로 이동할 때 삼성전자가 TSMC를 추월하고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은 '패키징 기술'이 좌우

반도체 업체들의 개발 로드맵에 1.5㎚(나노미터·10억분의 1m)까지 등장했다. 반도체 미세화 기술 개발이 점점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엔 7㎚이하 초미세 반도체를 위해 꼭 필요한 EUV 장비도 원활하게 수급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공정 단위가 올라갈수록 수조원이 넘는 개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앞으로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해선 패키징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패키징이란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에 효율적으로 담는 기술을 말한다.

외부 환경도 패키징 능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애플과 구글 등 전 세계 IT 기업들도 독자적으로 칩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를 고객사 입맛에 맞게 제작하는 파운드리 패키징 업체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6G 기술과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에서 고성능 반도체를 필요로 하면서 패키징 기술은 필수가 됐다. 패키징 내 반도체를 초미세 공정으로만 구성할 경우 비용이 대폭 증가할 뿐만 아니라 수율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이 탓에 고성능 반도체 분야에선 아날로그 공정 반도체를 기능별로 묶어 '칩렛(Chiplet)'을 만들고 이를 패키징 기술로 묶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칩렛이란 서로 다른 공정에서 생산한 반도체칩을 한 곳에 연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 수요도 미세공정보다는 28㎚ 같은 아날로그 레거시(숙련) 공정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웨이퍼 가공 기술 개발에 한계가 오기 시작하면서 최근엔 반도체 패키징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반도체 성능이 좌우되고 있다"며 "미세공정 패키징은 전류 컨트롤을 조금만 잘못해도 웨이퍼 전체가 잘못될 가능성이 높아 현재까지는 아날로그 레거시(숙련) 공정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첨단 공정 시대', 삼성전자 역전의 발판

결국 파운드리 업계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패키징 기술 개발이 필수가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천안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직접 둘러본 것도 미래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봤다. / 사진=삼성전자

현재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TSMC에 한참 뒤져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지난해보다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진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3%로 전년 동기 대비 2%p(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TSMC는 4%p 증가해 점유율 60%를 달성했다. 양사의 격차는 1년 사이 41%p에서 47%p로 벌어졌다.

글로벌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를 쉽게 줄일 수 없는 이유는 두 회사의 업력 차이에 있다. TSMC는 1987년부터 파운드리를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 TSMC는 과거부터 꾸준히 파운드리를 키워온 탓에 아날로그 레거시 공정 설비를 충분히 확보했고, 현재 아날로그부터 첨단공정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나선 건 2017년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아날로그 공정에 투자하기엔 수익성이 떨어진다. 결국 아날로그 공정은 첨단 공정으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탓에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가 좁다. TSMC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공정에 집중하고, 기술초격차를 통해 TSMC를 따라잡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첨단 패키지 사업 전담 조직인 어드밴스드 패키지(AVP) 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존재해왔으나, 패키징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규 팀으로 조직을 다시 구성했다.

하지만 추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TSMC도 첨단 패키징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서다. 반도체 패키징 370억엔(약 3559억원)을 투입해 일본 내 패키징 연구개발 센터를 짓고 있다. 또 대만 남부 지역에 6번째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새로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현재 TSMC의 주력 반도체인 5㎚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첨단 공정이 파운드리 패키징 시장 주력으로 떠오를 때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문연구원은 "현재 아날로그 공정 수요가 높아 첨단 공정 위주인 삼성전자는 TSMC를 따라잡기 힘들다"라며 "앞으로 3나노와 같은 첨단 공정 측면에서 TSMC에 계속 앞서야 향후 시장 수요가 변화했을 때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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