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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쉴더스, 시장 우려에 쉴드를 쳤다

  • 2023.03.04(토) 08:00

[워치인더스토리]
SK스퀘어, SK쉴더스 지분 EQT에 매각
2조원대 빅딜 성사…투자 재원 마련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SK쉴더스, 넌 누구냐

SK쉴더스는 보안 전문 업체입니다. 사명은 '보호한다·방패(Shield)'와 '우리(us)'의 합성어입니다. ‘고객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를 보호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SK쉴더스의 설명입니다. 보안 업체의 이름으로는 꽤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SK쉴더스의 최대 주주는 SK스퀘어입니다. 지분 63.1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대 주주는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맥쿼리PE) 컨소시엄(36.87%)입니다.

지난 2018년 SK텔레콤은 맥쿼리PE 컨소시엄과 함께 ADT캡스를 인수했습니다. 총 2조97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이후 SK텔레콤이 사업 부문(SK텔레콤)과 투자 부문(SK스퀘어)으로 인적 분할하면서 ADT캡스는 SK스퀘어의 자회사로 편입됩니다. 사명도 SK쉴더스로 변경했습니다. 당시 SK쉴더스는 그룹 내 다양한 서비스와 시너지를 토대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SK쉴더스는 이후 계속 성장합니다.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1조7928억원, 영업이익은 19.2% 늘어난 145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전통적인 물리 보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59% 가량으로 여전히 높습니다. 하지만 다른 보안 업체들과 달리 물리 보안뿐만 아니라 사이버 보안, 융합보안, 안전 및 케어 등의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했습니다.

여기에 SK그룹에 편입되면서 SK 브랜드를 앞세워 업계 1위인 에스원을 넘어서겠다는 것이 SK쉴더스의 목표였습니다. 실제로 계속 성장하면서 목표 달성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다만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실탄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SK스퀘어는 SK쉴더스의 상장을 준비합니다. 준비 단계에서는 쉽게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한파

SK쉴더스는 작년 5월 상장을 위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SK쉴더스는 당황했습니다. 이른바 과다 몸값 논란이 제기되면서 SK쉴더스의 상장은 난항을 겪습니다. 업계에서는 SK쉴더스가 몸값을 너무 높게 불렀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업계 1위인 에스원보다 매출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가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분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SK쉴더스의 희망 공모가는 3만1000~3만8800원이었습니다. 공모를 포함한 발행주식 수는 총 9034만282주였습다. 이를 기준으로 SK쉴더스 시가총액은 2조8005억원에서 3조5052억원으로 예상됐습니다. 최저 희망 공모가를 기준으로 해도 에스원의 시가 총약인 약 2조5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SK쉴더스는 에스원과는 사업 내용이 다른 만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SK쉴더스 홈페이지 캡처

SK쉴더스는 물리 보안뿐만 아니라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물리 보안만 하고 있는 에스원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항변이었습니다. 때문에 상장 준비 당시 비교 대상 기업도 해외 기업들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SK쉴더스와 비슷한 형태의 사업을 영위하는 곳이 없어 업계에서는 SK쉴더스가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SK쉴더스는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당초 예정대로 상장을 진행하려 했습니다. 몸값 논란이 제기되자 공모가를 2만5000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고려했습니다. 그만큼 실탄이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증시 상황이 악화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결국에는 상장 계획을 철회키로 했습니다.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것보다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겁니다.

상장 대신 매각으로

상장이 무산되자 SK쉴더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결국 SK쉴더스의 지분 매각을 타진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SK쉴더스의 상장을 서둘렀던 데에는 투자 재원 마련 목적도 있었지만 FI인 맥쿼리PE 컨소시엄의 엑시트를 해줘야 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 인수 당시 일정 시한까지 SK쉴더스를 상장하지 못하면 내부수익률(IRR) 6%를 적용해 FI 지분을 사주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이번 빅딜의 주인공인 EQT파트너스입니다. 사실 EQT파트너스는 오래전부터 SK쉴더스를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SK쉴더스의 프리(Pre) IPO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프리 IPO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투자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지만요. 하지만 SK스퀘어가 SK쉴더스의 지분 매각을 타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해온 EQT파트너스가 적극 나섰습니다.

/사진=EQT 홈페이지 캡처

작년 말 SK스퀘어와 EQT파트너스는 본격적인 실사와 협상에 나섰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멘토로도 잘 알려진 스웨덴 발렌베리 계열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SK쉴더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돌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실탄이 절실했던 SK스퀘어와 한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EQT파트너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일 EQT파트너스는 SK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는 SK쉴더스 지분 일부와 맥쿼리 컨소시엄의 지분 전체를 약 2조원에 인수키로 했습니다. 향후 EQT는 추가로 2000억원 규모의 SK쉴더스의 신주를 취득해 SK쉴더스의 최대 주주(68.0%)가 되기로 했습니다. SK스퀘어는 8646억원의 실탄을 확보함과 동시에 32%의 잔여지분(지분가치 약 1조원)을 토대로 SK쉴더스를 EQT와 공동 경영하게 됐습니다.

'투자 회사' SK스퀘어, 첫 성과를 내다

SK스퀘어는 미국 버크셔헤셔웨이, 유럽 인베스터AB, 일본 소프트뱅크를 모델로 지난 2021년 출범했습니다. 유망 투자처를 발굴해 자금을 투입하고 가치를 키운 뒤 일부 혹은 전부를 매각해 차익을 내는 것이 주요 업무입니다. SK쉴더스의 지분 매각은 SK스퀘어의 첫 성과입니다. SK스퀘어는 이번 딜을 통해 1조원가량의 차익을 거뒀습니다. SK스퀘어로서는 상장 무산으로 침체됐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SK쉴더스 지분 매각에는 박정호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입니다. 조 단위의 빅 딜인만큼 신중함은 물론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EQT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EQT가 인수하는 SK쉴더스 68%의 지분을 담보로  SK스퀘어가 EQT에 4000억원가량의 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수자 측의 부담을 줄여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겁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 사진=SK스퀘어

SK쉴더스는 SK텔레콤이 인수하기 전 기업가치가 3조원가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딜을 통해 SK쉴더스의 기업 가치는 5조원(부채 2조원 포함)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더불어 이번 딜은 향후 SK쉴더스의 내실을 다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QT는 이스라엘 사이버·정보 보안 기업 CYE, 글로벌 방역 기업 Anticimex,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체인 Open Systems 등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SK쉴더스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EQT는 처음 진출하는 한국 시장에 SK그룹이라는 믿을만한 파트너를 두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윈-윈인 셈입니다. 상장 무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SK쉴더스가 지분 매각으로 돌파구를 만들었습니다. 전화위복이 된 SK쉴더스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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