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ICT 산업군 기업일수록 디지털전환(DX) 성공률이 높다고 인식한다. 네이버·카카오 등 ICT 영역에서의 성공 사례들이 다수 소개된다.
이에 대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재밌는 결과를 내놨다. 평균적으로 산업별 DX 성과 차이는 있지만, 개별기업이나 조직별 차이가 산업별 차이를 훨씬 능가한다는 분석이다. 즉 ICT 영역이 아니더라도 기업·조직의 의지만 있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BCG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부문별·산업별 DX 성과 차이가 나지만 개별 기업이나 조직별 차이는 부문별 차이를 앞선다"면서도 "모든 부문에는 성공사례가 있으며, 이는 곧 모든 조직이 부문별 디지털 성숙도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CEO가 나서라
업종별 디지털 성숙도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DX 실패 사례를 보면 이렇다. CEO가 사외에서 경영 트렌드를 듣고 임원회의 때 '우리도 DX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식으로 화두를 꺼낸다. 그리곤 CEO가 임원진에 지시하고, 임원진은 외부컨설팅 또는 솔루션회사에 의뢰해 기계적으로 DX를 추진한다. 이러면 직원들 입장에선 '위에서 하라니 해야지'식으로 일하고, DX 추진조직과 기존조직간 마찰도 발생한다. CEO가 임원에 지시하고 결과보고만 받을게 아니라 강력한 스폰서십을 발휘, 진두지휘해야 성공확률을 높일수 있다.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는 "DX를 단순히 추진하는 것을 넘어 성공하길 원한다면 강력한 리더십, 기존 조직원과의 협력·공유, 기술·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중 강력한 리더십 즉 디지털 리더십은 DX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다"고 강조했다.
김형택 디지털이니셔티브그룹 대표도 "DX 전략을 추진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실수하고 실패하는 요인에는 CEO의 잘못된 비전과 부족한 지원이 있다"면서 "CEO가 디지털 변화를 단순한 트렌드로 인식하거나 화려한 디지털기술로 포장하는게 DX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저서에서 밝혔다.
성공·실패 기업들 보니 'CEO 중요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전형적인 DX 성공사례다. CEO 리더십으로 DX를 추진한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을 바꿨다. 단순히 자동차 제조·판매·AS에서 벗어나 전기차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실제로 2012년 출시된 테슬라 모델S(Model S)는 차량 자체로는 여전히 똑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됐다. 기술과 고객 수요 변화에 대응해 테슬라는 자동차의 안전성, 자율주행성, 재미를 향상하는 기능을 계속해서 추가하고 있다. 업그레이드는 주로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시간 이뤄진다. 또 테슬라는 차량 내 기술을 이용해 더 큰 생태계에 접근한다. 차량 데이터와의 연결성을 이용해 무선으로 차량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전통적인 AS센터를 일정부분 대체할 수 있다.
P&G CEO로 취임했던 밥 맥도널드 회장은 실패사례로 꼽힌다. 그는 CEO 재직시 P&G를 가장 디지털화된 회사로 변신시키겠다는 경영전략을 추진했다. 각종 데이터 분석을 시각화해 경영회의 도구로 사용했다. 하지만 명확한 경영목표가 없었고 장기적인 성장전략도 부족해, 그의 DX는 보여주기식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결국 글로벌 경기악화가 겹치면서 그는 사퇴했다.
위워크도 비슷하다. 위워크는 2010년 대표적인 테크기업으로 부상하면서 한때 기업가치가 60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존재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이유는 무늬만 DX를 추진하고 잘못된 사업모델을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공유경제를 지향하면서 테크기업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임대업을 추구했기에 한계점을 보였다.
세부전략 세워라
CEO가 DX 리더십을 발휘하기로 했다면 그 다음단계는 기업상황에 맞는 세부전략 설정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DX 성공방정식을 위해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부터 시작하라 △과제를 쪼개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으로 시행하라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주는 기술은 직접 만들되 나머지는 파트너 기술을 활용하라 등을 조언했다.
처음에는 거대한 목표 대신 당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단계적 목표부터 설정해 조직을 나눠 실행하라는 의미다.
예를들어 현재 시장상황 상 원가절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DX를 통한 최신 기술을 활용, 어떻게 더 원가를 낮출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원가절감도 전사적 차원부터가 아니라 하나의 제품군 또는 공장의 한 라인에서부터 민첩하게 시작해야 된다. 이것이 애자일 전략이다. DX 단기 성과가 확인돼야 임직원들의 관심을 이끌어 전사적으로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또 실행단계에서 사내의 한정된 자원을 최적화시키는게 필요한 만큼 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자원은 외부에서 끌어와 사용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DX 시대에는 애자일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면서 "DX 상징인 아마존의 경우 '결국 일을 진전시키는 것은 실패와 성공하지 못한 것들이다. 아마존도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큰 성공들은 수천 개의 실패한 실험들을 만회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애자일 조직문화를 만들어 성공사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