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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끌어올린 SK온, 투자 확대 시동 걸었다

  • 2023.05.26(금) 09:22

자금 조달 10조원 돌파, 방법 다양화해 안정성 제고
투자 계획엔 못 미쳐…"내년 성과 가시화 기대"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부터 투자 재원 확보에 집중해 온 SK온이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며 숨통을 텄다. 투자자 유치, 국내외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목표치 이상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향후 성장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숙원 사업인 실적 개선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2026년 상장 앞서 투자 '영끌'

SK온은 지난해부터 배터리 사업의 지속 성장과 선제적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확보한 자금 조달만 해도 10조24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자금 유치를 위해 SK온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프리 IPO'다. 프리 IPO는 향후 상장을 약속하고 일정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지난 24일 모회사 SK이노네이션이 SK온의 신규 장기 재무적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를 위해 승인한 주주 간 계약 체결도 이 방식이다.

이번 계약에는 투자회사인 MBK파트너스·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 블랙록·카타르계 펀드 '알레이얀 홀딩스' 총 3곳이 투자사로 참여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 전환우선주를 5만5000원에 발행하고, 투자자들은 계약종결일 환율에 따라 8억 달러(약 1조5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인수하게 된다.

SK온 자금확보 현황./그래픽=비즈워치

특히 이 계약에는 동반매도청구권과 풋 조건이 붙어있다. 동반매도청구권은 투자자가 보유 지분을 팔 때 최대주주의 지분을 묶어서 매각할 수 있는 조항이다. 투자자가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한다. 또 기간 내 SK온이 상장하지 못할 경우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도 가능하다. 

지난 12월 SK온이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자금 1조2000억원을 확보한 것도 이와 같은 조항이 포함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공시에는 "2026년 말 또는 거래종결일로부터 4년이 되는 날 중 늦은 날까지 SK온 IPO를 추진하며, 고의·중과실로 IPO 미완료 발생 시 투자자 풋 행사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달려있다.

여기에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투자받은 2조원을 더하면 SK온이 프리 IPO로 확보한 투자금액은 4조4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SK온이 당초 목표로 했던 투자조달 규모 4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고객사 차입까지…다양한 재원 확보 

그간 SK온이 프리IPO와 은행 차입으로 자금 조달을 이어왔다면, 최근에는 재원 확보 방법을 다양화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기아로부터 2조원을 차입했다. SK온은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고, 현대차·기아는 배터리셀의 안정적 확보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이 자금은 현대차와 짓는 합작공장의 운영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앞서 SK온은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총 6조5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 셀 합작 공장을 설립키로 한 바 있다. 합작공장은 연간 35기가와트지(GWh) 규모로 오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SK온 배터리 생산능력./그래픽=비즈워치

SK온은 글로벌 채권시장에도 손을 내밀었다. 이달 SK온은 9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SK온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7월에는 독일 무역보험기관인 오일러 헤르메스와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ECA(공적수출신용기관)에서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SK온이 그린 ECA 파이낸싱을 통해 확보한 금액은 전 세계 배터리 업체의 ECA 딜 규모 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SK온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헝가리 이반차 지역의 3공장 건설에 투입한다.

자금 수혈은 계속된다

SK온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금 조달에 힘쓰고 있지만, 계획 중인 대규모 투자를 소화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SK온은 헝가리 3공장·중국 옌청 2공장을 비롯, 미국 포드와 합작사를 통해 블루오벌 SK 켄터키·테네시 공장을 건립 중이다. 올해 투자 계획만 10조원에 달한다. 2025년까지는 설비투자에 총 3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금흐름이나 실적도 좋지 않다. 지난해 SK온의 현금흐름은 -2조955억원으로 전년(-9178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악화됐다. 적자 폭도 줄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SK온의 영업손실은 34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전 분기 대비 34.3% 늘었다.

SK온 실적./그래픽=비즈워치

SK온은 향후에도 여러 방식을 통해 추가 자금 수혈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SK온 관계자는 "올해 10조 규모의 설비투자(CAPEX)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블루오벌SK 공장의 경우 각 사의 지분율 수준의 파트너 투자를 통해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고, 현지 정부 인센티브 등 다양한 아이템이 논의 중"이라며 "현실화된다면 직접 설비투자 부담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도 지난달 타운홀 미팅에서 "SK온은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산업에서도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기업"이라며 "독립법인 초기라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이를 잘 극복하면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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