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사측과 임금 협상에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자 무기한 준법 투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사측에 10% 중반대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사측과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만큼 이에 걸맞은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두 조종사 노조의 공통된 입장이다. 업계에선 조종사 노조 임단협 결과가 일반직 노조의 임단협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종사 노조, 10%대 임금인상안 요구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2019~2022년에 대한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노조와 사측 모두 2019~2021년 임금 동결에 합의를 이뤘지만 2022년 임금 인상분에 대해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2.5% 인상을 제시한 반면 조종사 노조는 10% 인상을 요구 중이다. 올해 임단협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노조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5조6300억원, 영업이익 733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사측은 큰 폭의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직 회사가 경영 정상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1분기 별도재무제표 부채비율은 2013.9%에 달했다. 지난 1분기 국내 주요 항공사 중 아시아나항공만 유일하게 당기순손실(62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7일 준법 투쟁을 돌입했다. 준법 투쟁은 평소 잘 지켜지지 않던 법규, 단체협약 등을 엄격히 지키면서 사용자에게 손해를 주는 노동쟁의 방법이다.
조종사들은 준법 투쟁 일환으로 이륙 1시간 20분 전 브리핑을 맟춰 진행하고 있다. 통상 1시간 50분 전에 진행한 브리핑을 법규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다. 활주로에서는 규정 속도에 맞춰 운행하고 이륙 후에는 법에서 정한 최저 속도와 최저 고도에 맞춰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직까지 준법 투쟁으로 인한 항공 지연은 없다"며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 역시 올해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임단협 총임금 10% 인상과 기본급 300% 규모의 격려금을 지급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3조4127억원, 영업이익 2조883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놨다.
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3월 말 상견례 후 현재까지 4차 협상을 이어왔지만 여전히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0% 중반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조종사 노조가 10%대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노조 임금협상도 진행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반 노조도 현재 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 항공사 모두 조종사 노조와 일반 노조(객실 승무원, 정비사, 사무직 포함)가 분리된 구조로 임단협 역시 각각 진행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조종사 노조와 일반직 노조가 임단협을 동시에 체결한 적 있지만 이는 창사 이래 최초일 정도로 이례적인 경우였다.
업계에선 이번 조종사 임단협 결과가 일반 노조의 임단협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노조의 임금인상률이 다를 경우 형평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로 노조 소속이 다르긴 하지만 임금 인상률이 크게 다르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물론 똑같이 임금 인상을 할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임금 협상안이 어떻게 타결되느냐에 따라 일반 노조도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본다"며 "일반 노조도 현재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 노조는 지난해 2.5% 임금 인상안을 수용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임금인상률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을 대폭 요구할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임금인상안에 대해 노조원들의 불만 목소리가 많았다"며 "2019~2021년임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사실상 4년 만에 고작 2.5% 오른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사무직 노조도 현재 임금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임금 인상률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조종사 노조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일반노조와도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조종사 노조 임단협과 마찬가지로) 회사는 성실히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