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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요청' 보낸 전경련, 4대 그룹 선택은

  • 2023.07.22(토) 16:00

[워치인더스토리]
전경련, 4대 그룹에 재가입 요청
4대그룹, 신중론…"내부 검토 중"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물 반 고기 반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는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있는 날이면 출입기자들은 회의장으로 총출동해야 했습니다. 총수들을 직접 만나 궁금했던 것을 질문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그 탓에 회의장 입구는 늘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질문하려는 기자와 막으려는 기업인간 기싸움이 벌어지곤 했지요.

당시를 회상해 보면 질문 기회는 두 번뿐입니다. 총수가 차에서 내려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동선, 회의 끝나고 나오는 동선 입니다. 일부 기자들은 행사장 정문에서 회의실까지 동선을 미리 파악해 타이밍을 잘 살피거나, 동료끼리 역할분담 후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죠.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때문에 한때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기자들에게 속칭 '물 반 고기 반'으로 불렸습니다. 그만큼 기삿거리가 많은 행사였습니다. 

굳이 오래 전 전경련 회장단 회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요즘 전경련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아서입니다. 국민들도, 기자들도 이젠 전경련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농단 사건에 전경련 회원사들이 대거 연루되면서 전경련에 대한 시선은 싸늘해졌습니다. 

떨어진 위상

전경련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입니다. 일본의 게이단롄(経団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모델 삼아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로 창립했습니다. 회원사들은 주로 대기업들이었습니다. 이후 회원사 수가 늘어나면서 현재의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이름을 바꿨고 국내 대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로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국정 농단 사건으로 전경련은 휘청거렸습니다. 국내 대기업을 대표하는 4대 그룹이 잇따라 전경련 탈퇴를 선언하면서부터입니다. 이때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은 전경련에서 탈퇴했습니다. 4대 그룹 총수들은 그동안에도 전경련 회장단 회의 등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1961년 8월 16일 한국경제인협회 제1회 임시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된 이병철 회장(가운데) / 사진=전경련 홈페이지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급락합니다. 국정 농단 사건에 휘말린 것도 모자라 4대 그룹 탈퇴까지 이어지면서 전경련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더욱 냉담해졌습니다. 아무도 전경련 회장 자리를 맡으려 하지 않으면서 현재 전경련은 김병준 전 교육 부총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입니다. 

한때 639개사였던 전경련 회원사 수는 현재 420여개로 줄었습니다. 특히 전경련 회비의 절반가량을 책임져왔던 4대 그룹의 탈퇴로 전경련은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차기 회장 추대도 시급합니다. 김 회장 대행은 올해 8월까지만 임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차기 후보로 여러 인물들이 오르내리지만 모두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 상황에서 전경련 회장 자리는 그만큼 부담스러운 자리입니다.

'쇄신 선언' 전경련 "4대 그룹이 필요해"

상황이 이렇자 전경련은 쇄신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전경련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우선 명칭을 전경련이 처음 시작됐던 1961년 당시의 이름인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또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소를 흡수 통합해 싱크탱크 역할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회장단도 신산업 분야와 젊은 기업인 중심으로 교체하고 이슈별로 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의 참여를 높일 생각입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 대행. 김 회장 대행은 전경련 쇄신안을 발표하고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무엇보다도 과거의 젼경련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 눈에 띕니다. 김 회장 대행은 "그동안 정부 관계에 치중하는 가운데 역사의 흐름을 놓쳤던 부분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과거 미르재단 지원과 같은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회장 대행의 발언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과거의 전경련과는 다른, 변화되고 차별화된 모습으로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공표인 셈입니다.

더불어 전경련은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나섰습니다. 4대 그룹의 전경련 재합류 요청입니다. 전경련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재합류가 필수입니다. 최근 전경련은 4대 그룹에 재합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전경련 입장에서는 4대 그룹에게 "과거와 단절하고 새롭게 시작할 테니 다시 돌아와달라"고 'SOS'를 친 겁니다. 4대 그룹이 합류하지 않으면 전경련의 쇄신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중한 4대 그룹

재계의 시선은 이제 4대 그룹에게 쏠렸습니다. 이들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심사입니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4대 그룹 총수들은 지난 3월 전경련이 일본 게이단렌과 함께 주최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습니다. 4월에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도 함께 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우 전경련 국민 소통 프로젝트 '갓생(God生) 한끼'에도 참여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4대 그룹이 전경련 재가입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경련과 4대 그룹 사이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 데다, 전경련이 대대적인 쇄신을 다짐한 만큼 재합류 명분은 충분하다는 분석입니다. 전경련 입장에서는 4대 그룹 재가입을 이끌어낸다면 향후 전경련의 활동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재까지 4대 그룹의 분위기는 무척 신중합니다. 일단 전경련의 쇄신안의 실행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경련에서 공식적으로 공문을 보낸 만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면서 "다만 아직 재가입할지 말지를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른 그룹들의 움직임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달렸다고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창업주 주도로 전경련을 만들었고 현재 국내 1위 기업인만큼 삼성의 움직임에 따라 재가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은 재가입이든 아니든 함께 움직일 것"이라며 "핵심은 삼성이다. 삼성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전경련을 떠났던 4대 그룹이 다시 합류할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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