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를 보셨나요? 영화 속 원주민 나비족이 사는 판도라 행성에는 곳곳에 거대한 산이 둥둥 떠 있습니다. 이는 '언옵테늄'이라는 물질 덕인데요. 인간들은 이 물질을 채취하기 위해 나비족과 전쟁을 벌입니다. 영화 설정 속에서 언옵테늄의 가치는 1kg당 2000만달러, 한화로 약 265억원에 달합니다. 엄청난 금액이죠?
학계에서는 이 언옵테늄을 '초전도체'라고 부릅니다. 최근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그 물질입니다. 대체 초전도체가 뭐길래,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관심이 높은 걸까요?
초전도체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물질은 전기가 얼마나 잘 통하냐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도체(Conductor)'는 전기나 열이 잘 흐르는 물질이에요. 예를 들면 금, 은, 철, 구리, 알루미늄 등이 있죠. 반대로 '부도체(Insulator)'는 유리, 플라스틱, 고무 등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이에요.
우리가 많이 듣는 '반도체(Semiconductor)'는 전기 전도가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 되는 물질을 말합니다. 순수한 상태의 반도체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부도체와 비슷한 특성을 보이지만, 특정 불순물을 주입하면 도체처럼 전기가 흘러요. 전기전도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도체와의 차이점이죠.
그렇다면 '초전도체(Superconductor)'는 뭘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에는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전기저항'이 있습니다. 전기저항력이 낮을수록 전기가 잘 통하겠죠.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질입니다.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를 뛰어넘는 물질인 거죠.
이는 1911년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카멜린 온네스가 처음으로 발견했는데요. 그는 수은의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실험 중 영하 268.8℃에서 전기저항이 갑자기 없어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초전도 현상'이라고 이름 붙였죠.
전기저항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에서 발열 현상이 나타나게 하는 원인입니다. 초전도체가 가능해지면 스마트폰이나 PC 등에서 흔히 발생하는 발열 문제는 모두 없어지게 되겠죠. 전력 손실 없이 전기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도 지금보다 혁신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판도라 행성의 원리
초전도체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입니다. 1933년 독일의 과학자인 발터 마이스너는 주석과 납으로 된 초전도체 주변의 자기장을 측정하면서 이같은 현상을 발견했다고 해요.
마이스너 효과는 다른 말로 '완전 반자성'이라고도 합니다. 자성의 방향이 자기장의 방향과 반대로 생긴다는 뜻인데요. 초전도체를 자장(磁場) 안에 놓으면 초전도체 내부에서는 외부 자기장을 방어하기 위해 이와 상쇄되는 방향으로 자기장을 형성합니다. 그렇게 되면 내부에서 발생한 자체적인 자기장이 외부의 자기장과 반발하게 되죠.
자석을 초전도체에 가까이하면 자석이 뜨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공중에 떠 있는 섬들도 이같은 원리겠죠.
'갑론을박' 결론은
다만 지금까지 초전도체 연구개발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초전도 현상이 영하 200도 이하, 100만 기압 이상의 초고압 상태에서만 나타났기 때문이었는데요. 즉 '상온상압' 상태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초전도체를 실용화할 수 있는 온도와 기압을 만들어내는 연구에 집중해왔습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했다는 초전도 물질 'LK-99'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연구소가 아카이브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LK-99는 '상압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입니다.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온도를 임계온도라고 하는데, LK-99의 임계온도는 126.85도(400K)까지 유지됐다고 합니다.
아직 LK-99에 대한 검증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전 세계 연구진들이 '꿈의 초전도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검증에 나선 상황인데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연구자들 간 갑론을박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빠르면 이달 안에 검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우리나라가 '초전도체' 보유국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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