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과 손 잡았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약을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EU의 핵심원자재법(CRMA)에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해외법인인 HMG GLOBAL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신사업 및 미래 전략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한 미국 현지 법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니켈 확보 위해 맞손
현대차그룹은 30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고려아연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엔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Global Strategy Office) 담당 부사장,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니켈의 공급망 구축에 우선 나서기로 했다. 니켈은 한국 배터리 업계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양사는 나켈 원료 구매, 광산 개발 프로젝트 등도 함께 추진한다. 아울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기준을 충족하는 핵심 원재료 소싱 분야에서도 함께 협력키로 했다.
이번 고려아연과의 사업 제휴는 니켈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게 현대차그룹 측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아연, 은 등 비철금속 제련으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7년 배터리용 황산니켈 생산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용 전구체 생산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이차전지 영역 중 니켈 분야에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니켈 공급은 오는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2031년에는 미국 IRA 대응에 필요한 니켈 물량 중 약 50%를 고려아연으로부터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력으로 미국 IRA 보조금 지급 규정과 EU의 CRMA 기준을 일부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5%도 매입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해외 법인인 HMG Global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분 매입은 고려아연이 발행하는 신주를 HMG Global이 매입하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당 가격은 50만4333원으로 총 거래 금액은 약 5272억원에 달한다. 인수 주식은 관련 법령에 따라 향후 1년간 양도가 제한된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고려아연 지분 매입은 양사 간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의 밸류체인에 대한 협업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 1인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 외에도 다른 배터리 기업과 협업할 여지도 남겨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전략소재의 안정적 조달을 목표로 니켈과 리튬을 최우선 소재로 선정해 원소재 확보 및 가공, 중간재 제조에 전문성을 보유한 다수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