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적자 탈출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1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급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에도 적자 탈출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탓에 수요 회복 속도가 더뎌서다. 하지만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는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가격 상승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흑자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예상보다 강하고 길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전반에 감산 효과가 반영돼 반도체 가격이 소폭 개선세를 보였지만 실적 개선 효과는 다소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의 전망치 평균)는 2조2912억원이다. 전년 대비 78.9% 감소한 수치다. 여기엔 반도체(DS) 사업부의 실적 우려가 반영됐다. 증권가에서는 이 기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4조원 가량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긍정적인 전망도 적자 규모를 2조5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1조6855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원인은 글로벌 경기 둔화 탓이다. 수요심리가 살아나지 않자 판매 부진을 우려한 고객사들이 D램 구매를 줄였기 때문이다.
감산 효과로 D램 가격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재고가 많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 2분기 바닥을 찍은 후 이르면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을 예상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전기 대비 적자 폭이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판매단가가 높은 고성능 D램의 판매 비중이 늘어난 덕이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각각 4조3600억원, 2조88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내년 ‘슈퍼 사이클’ 기대감…고성능 D램도 훈풍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분위기 반전이 기대되는 대목도 있다. 업계에서는 4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4분기부터 글로벌 D램 시장이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D램 가격이 전 기 대비 17.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의 고정거래가격이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인 올해 4분기에 동시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감산 효과가 본격화할 시차를 고려하면 본격적인 ‘슈퍼 사이클’은 내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영업손실 규모를 줄인 후 내년 1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수급개선이 시작돼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의 기울기가 더욱 가파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업체들의 공급 축소에 따른 재고 하락이 이미 이뤄지고 있고, 메모리 가격 반등 시도에 따라 이연됐던 고객사들의 구매수요가 시작된다면 빠르게 시황이 반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의 고부가 제품 위주 신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 ‘HBM’이 D램 수요 회복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HBM은 고성능 D램의 한 종류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성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인공지능 관련 데이터 처리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거 탑재된다.
실제 세계 최대 GPU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 등은 지속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HBM 공급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이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더욱 공고해 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50%, 40%를 차지했다. 올해 이들의 점유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트렌스포스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총 점유율이 95%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면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부가 제품 위주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시장이 다시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유효한 전략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