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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칩스법’ 스타트…K반도체 영향은

  • 2023.09.22(금) 14:02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경쟁 심화
EU ‘반도체법’ 62조원 투자
“삼성·SK, 유럽 투자 가능성 낮을 것”

/그래픽=비즈워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 시행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 ‘반도체법’을 발효했다.

현재 약 10%인 EU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총 6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보조금 규정을 완화하고 신규 시설 허가도 신속하겠다는 생각이다.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전문가들은 “EU 반도체법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시장은 미국 대비 첨단 반도체의 수요가 크지 않아 매력적인 투자처로 비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반도체 소재 및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엔 유럽 진출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U 반도체법 주요 내용./그래픽=비즈워치

2030년 글로벌 점유율 2배 상승 목표

EU의 반도체법에 따르면 EU는 예산 33억유로(4조7000억원)를 투입하는 ‘반도체 이니셔티브’를 통해 첨단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민간 자금 투자금까지 포함하면 총 430억유로(62조원)가 동원된다.

EU 반도체법은 현재 약 10%인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2배 이상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점유율은 미국이 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만 9% △EU 8% △중국 6% △한국 4% △일본 4% 등의 순이었다.

유럽 반도체 이니셔티브 목표./그래픽=비즈워치

이에 EU는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생산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조치도 포함된다. 

EU는 역내 ‘최초 도입 제조시설(First-of-a-kind)’ 확대를 위해 신속 허가를 의미하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허용할 계획이다. 보조금 지원도 용이하게 할 생각이다. 아울러 반도체 공급망 모니터링 강화를 비롯해 공급 차질 시 회원국 간 공동구매 추진 등도 진행한다.

2022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그래픽=비즈워치

“시장 매력도, 미국보다 떨어져”

EU 반도체법 핵심 내용 가운데 한국 기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보조금 제공' 부분이다.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까지 유럽 투자 계획을 밝힌 반도체 기업은 미국 인텔, 대만 TSMC, 스위스 ST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등이다. 아직 한국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해당 법의 영향이 크지 않아 투자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판단때문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유럽 투자 계획./자료=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유럽 반도체 산업은 차량용·센서·전력용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130나노 이상 성숙노드 제조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첨단 반도체 수요가 없다보니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모바일 수요가 절대적이고 미국엔 세계적 빅테크 기업들이 모여있어 첨단 반도체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데 아직까지 유럽은 이와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가 활성화되지 않아 관련 후공정·장비·소재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취약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제조시설 운영 비용이 한국이나 대만 대비 각각 30%, 40% 높은 점도 고민요소다. 

다만 유럽 내 반도체 생산이 활성화 될 경우 한국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에겐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정아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과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에 있어 유럽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이와 별대로 반도체에 소요될 소재·부품·장비를 생산하는 소부장 기업들은 유럽 진출을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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